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수능(어려운 수능)’이라 불렸던 지난해보단 전반적으로 쉬운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지난해보다 쉬웠을 뿐, ‘변별력 있는 시험’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작년 ‘극악 난도’를 자랑한 국어영역이 올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되면서,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한 수학이 ‘대입 승부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 수준별로 수능 체감 난도가 달라 지난해에 비해 상위권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고난도 문제가 다소 쉬워졌지만 중난도 문제는 까다로워지면서 전반적으로 중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상당폭 증가한 반면, 상위권은 체감 난도가 낮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교시’ 의식했나… “국어 대체로 평이”
◆“수학, 비슷하거나 어려웠다”
2교시 수학영역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어려웠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가형과 나형 모두 최고난도 문제는 예년과 같이 마지막 ‘30번 문제’가 꼽혔다.
수학 가형의 경우 교사단 소속 최영진 경기 금촌고 교사는 “9월 모의평가와도 비슷했다”며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연습한 응시생이라면 무난히 문제를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성학원, 유웨이 등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운 수준”이라며 “킬러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의 난이도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학 나형은 교사단과 입시업체 6곳의 평가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다섯, 어려운 편이라는 평가가 셋이었다. 올해 나형이 어려웠다고 평가한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이승현 수학과 강사는 “올해 나형은 10월 서울시교육청 시험과 가장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당시 1등급 컷이 (원점수) 76점 정도로 굉장히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영어 작년보다 쉽다”
3교시 영어영역은 교사단·입시업체 모두 지난해보다 다소 쉽고 평이하다고 평가했다.
교사단 소속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1등급 비율이 작년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때보다는 다소 높아지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예상했다. 2년 전부터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영역은 90점 이상 1등급, 80∼89점 2등급 등 점수대별로 등급이 매겨진다. 영어 1등급을 받은 학생 비율은 작년 수능 때 5.3%, 올해 9월 모의평가 때 5.9%였다. 김 교사는 “신유형이 없었고 비교적 평이한 지문이 많아서 전체적인 난도가 많이 하락했을 것”이라며 “다만 높은 수준의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들이 있어서 평가 도구로서의 변별력은 확보하려고 노력한 게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어영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는 홀수형 기준으로 빈칸 속에 문장을 집어넣어야 하는 34번과 문단 순서를 알맞게 배열해야 하는 37번 문제가 꼽혔다. 채현서 봉담고 교사는 “특히 37번은 문장이 길고 구조가 난해한 데다가 어려운 어휘까지 있는데, 글을 읽으면서 추론까지 해야 한다”며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