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사진) 전 실장이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에 인적 쇄신 광풍이 몰아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대권 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됐던 임 전 실장이 스스로 정치 무대를 내려오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에 대한 견제 기류도 감지된다.
◆‘86세대 물갈이’ 기폭제 될까
민주당의 전략 카드였던 임 전 실장의 용퇴는 ‘86세대 물갈이’ 요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86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를 비롯한 운동권 세력은 2000년대 초반 인권·정의·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미래세력으로서 국회에 대거 입성해 강력한 정치 집단화를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사회 권력을 오랜 기간 독점한 기득권 집단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최근 이들에 대한 용퇴론이 거세졌다.
민주당에선 수도권의 한 3선 의원도 불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의 공식 선언이 나올 경우 임 전 실장의 불출마와 맞물려 중진 물갈이론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 볼멘소리 “청와대 출신 너무 많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의 대표격인 임 실장의 불출마로 여권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에 대한 압박도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민주당 의원 10여명과의 만찬 자리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각 지역구에 이미 말뚝을 박고 있어 신인 영입과 전진 배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는 약 50∼70명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들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줄이기 위해 ‘청와대 직함’ 사용 가능 여부를 내년 2월쯤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지 않는 한 청와대 출신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여론조사에서 최소한 15% 정도의 지지를 받는다”며 “직함 사용 여부를 빨리 결정할수록 당내 갈등만 커진다. 내년 2월쯤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일부가 민주당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과 경합을 벌이며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자 결정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