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민주당 ‘86그룹’… 당내 세대교체 거센 바람 부나 [이슈+]

임종석 불출마 선언 후폭풍/ 이철희 “시대 흐름, 새 인물에 기회 줘야” / 이용득, 불출마 뒤늦게 알려져 주목/ “한 번 더한다 해서 사회변화 못 이뤄”/ 공개 불출마 6명… 김성수 등도 결심/ 중진인 원혜영·백재현 의원도 검토/ 일각 “분열 프레임·과도한 비판” 지적/ 우원식 “매도는 안돼”… 우상호 “모욕감”/ 任, 대북 역할론… “민화협 의장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86그룹’의 간판 중 하나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 여파로 술렁이고 있다. 임 전 실장이 정계 은퇴를 시사하면서 자리를 비워준 만큼 당내 세대교체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임 전 실장의 거취를 놓고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물꼬 튼 임 전 실장” vs “민주개혁 세력 분열, 불쾌”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86그룹의 용퇴) 물꼬를 임 전 실장이 터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막 쫓아내듯이 나가면 안 된다”면서도 “시대 흐름 자체가 젊고 새로운 사람한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당내 세대교체 중요성을 시사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서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로 20대 국회 입성한 이용득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은퇴선언문에서 “현재 대한민국 정치환경에서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의미있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서 “직접 경험해보니 우리 정치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권이 바뀌고 소속 정당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지만 평생의 신념이자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던 노동회의소 도입은 아직도 요원하다”며 “저의 뒤를 이어갈 후배들은 정치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생각하고, 유의미한 함수관계를 만들어 진정한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임종석(왼쪽부터), 우상호, 김태년

이로써 민주당 현역 의원 중 공개적으로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의원은 이해찬, 이철희, 표창원, 이용득 의원과 입각한 진영, 박영선 의원 등 6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초선인 김성수·서형수·제윤경 의원 등도 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굳힌 상태다. 중진인 원혜영·백재현 의원도 불출마를 검토하고 있어서 인적쇄신론이 지속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86그룹 인적쇄신론을 분열 프레임이라고 선을 긋거나 과도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6그룹 윗세대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86그룹이)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힘을 모아줘야 한다”며 “이런 시기에 근거 없이 386, 586을 기득권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6그룹의 대표 주자인 우상호 의원도 ‘86그룹 용퇴론’과 관련해 TBS 라디오에 나와 “약간 모욕감을 느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임종석, 대북 역할론 솔솔…대권주자로 직행

당 안팎에서는 지난 17일 정계 은퇴를 시사한 임 전 실장에 대해 ‘대북 역할론’이 제기됐다. 우상호 의원은 “통일에 기여하고 싶은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남북 관계도 잘 안 풀리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심의 배경이라고 본다”면서 “(대북특사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적어도 북쪽에서 신뢰할 수 있는 대화 파트너인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도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민간 영역에서도 대북 관련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특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남북 관계가 다시 좋아져 임 전 실장이 모종의 역할을 하면 바로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올해 1월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를 발표한 뒤 후임 비서실장인 노영민 주 중국대사를 소개하는 임 전 실장.

임 전 실장과 가까운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간에서 통일운동을 하겠다고 한 만큼 정부 기관장이나 특사보다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일을 하면서 대북 역할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은 당·정부·민간이 분리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민간이라고 하더라도 북쪽 상대는 핵심라인에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굳이 ‘특사’ 이름을 안 붙여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만큼 후임 대표 자리에 임 전 실장이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이 총선 승리를 위한 지원 유세단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與, 한국당 제외 4당과 별도 협상 창구 고심… 한국당 “야합 복원하겠다는 뒤틀린 탐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및 검찰개혁 법안이 다음주부터 차례로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여야 기싸움도 고조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공조 복원을 본격화하자 한국당은 “야합을 복원하겠다는 뒤틀린 탐욕”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여기에 여야는 잇따라 협상 채널을 가동하고도 ‘빈손’ 논의를 지속해 안갯속 정국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18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힘을 합쳤던 야당과 본격적인 물밑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관계자는 “한국당과의 협상이 안 되면 언제든 여야 4당 공조 체제를 가동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전시킨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야당과 별도의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민주당이 4당 공조 드라이브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데는 당내에서 “표 계산은 끝났다”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황영철·엄용수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국회의원 재적수가 295명으로 감소해 당초 149명(재적 297명 기준)이던 의석 과반수는 148명(재적 295명 기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무소속 손금주 의원의 입당으로 민주당 의석이 129석으로 1석 늘어 개혁공조가 가능한 정당들과 표를 합치면 본회의 과반을 넘긴다는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오른쪽)·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왼쪽)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개혁 법안의 처리 전략과 국민소환제 도입을 포함한 국회 혁신안 등을 논의했지만 당론을 확정 짓지는 못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지를 돌려 이번 정기국회 회기에 △패스트트랙 법안 △예산안 처리 등 중요한 의사일정이 예정돼 있다면서 25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국외활동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자체가 불법적으로 진행돼 ‘원천 무효’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맞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여당과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 무효를 선언하라. 그래야 진정한 협상도 가능하고 그동안의 불법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 원내대표의 ‘여야 4당 공조 복원’ 방침에 대해서도 “여당이 4당 야합 복원의 뒤틀린 탐욕을 아직도 버리지 못함을 시인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또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이유도 부각하면서 총력 저지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와 관련,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을 진행했으나 이런 입장차에 따라 소득 없이 끝났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원내수석 간에 (패스트트랙) 법안 내용이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방미 일정과 관련해 ‘한미방위비분담금’을 공정하게 합의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도 논의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이날 열린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에서도 여야는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해 입장차 좁히기에 나섰지만 별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데이터 3법’의 19일 본회의 처리 역시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국회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데이터 3법’은 이날까지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 등을 완료하지 못했다.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19일 법원과 검찰, 감사원 등 법사위 소관 법안에 대해 심사를 할 예정으로 데이터법 심사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창·안병수·곽은산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