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교화를 명분으로 신장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에서 운영 중인 ‘직업교육 훈련센터’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종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교육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들은 100만여명의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신장지역 내 500여개의 재교육수용소에서 불법적인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 국무부도 지난 3월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 최대 200만명의 위구르인이 중국 당국에 구금돼 있다고 지적했고, 미 의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인권유린 인정과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국이 테러 퇴치를 명분으로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재교육’에 열을 쏟는 데에는 결국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49년 중국에 병합된 이후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한족과 크고 작은 갈등을 벌여온 신장지역의 위구르족들이 중국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유치원생에도 ‘정신교육’
이들 학교에서는 언어와 사상에 대한 ‘교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학교의 교칙에는 학생과 교사가 학교에서 중국어 외의 언어로 말할 경우 벌점을 받는다고 명기돼 있다. 이는 신장지역의 모든 학교가 완전히 중국어로만 교육하고 있다는 공식 발표와도 부합한다고 연구는 지적했다. 신장 문제의 권위자로 이번 연구를 이끈 독일 문화신학대학원의 아드리안 젠즈 교수는 “(연구의) 증거들은 신장자치구 정부가 종교적 신념과 민족의 언어와 같이 본래의 뿌리로부터 절단된 새로운 세대를 키우려 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며 “문화적 종족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중국판 ‘깨진 유리창의 밤’
중국 정부의 ‘이슬람 지우기’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성지의 파괴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위성사진과 현장 취재를 통해 위구르족의 모스크 및 성지로 확인된 100곳 중 모스크 31개, 대규모 성지 2개소가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전했다. 이 중 모스크 15개와 두 곳의 성지는 전부 사라지거나 대부분 파괴됐고, 다른 곳에서는 돔 형태의 지붕이나 뾰족탑 등 건물 일부가 훼손됐다.
또다른 무슬림 밀집지역이면서 시짱(티베트), 신장 자치구와 달리 독립의 움직임이 없었던 닝샤후이족 자치구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0여년 전 중국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설치한 이슬람풍 돔과 장식물, 아랍어 표지판이 2017년 말부터 철거된 사실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당국은 이슬람교도 당원들에게 메카 순례에 참여하지 말라거나 이슬람 전통의 흰 모자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도 내렸다. 또 기도 시간을 알리는 모스크의 스피커를 소음공해를 이유로 철거하거나 새 모스크를 중국 전통양식으로 짓도록 하는 지침도 내놨다.
프레드 히아트 워싱턴포스트(WP) 오피니언 편집장은 이 같은 이슬람 지우기가 1938년 독일의 ‘깨진 유리의 밤(크리스탈나흐트)’과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당시 나치는 하룻밤 사이 유대인 상점과 유대교 회당 수천 개를 파괴했는데 이는 유대인 박해의 신호탄이 됐다.
◆‘종교의 중국화’ 이후 거세진 탄압
위구르족과 중국 중앙 정부와의 갈등은 19세기 청나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위구르족은 1884년 청나라가 지금의 신장지역의 영토를 병합한 이후 당국의 소수민족 탄압에 맞서 저항해 왔다. 이들은 이슬람교와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위를 벌였고 2000년대 들어서 거세진 중국의 대응에 맞서 크고 작은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슬람교가 위구르족의 독립운동과 연관돼 있다고 여기는 중국 당국은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이들 소수민족과 종교에 대한 통제를 정당화했다.
특히 10년 전 신장자치구 우루무치시에서 발생한 ‘우루무치 사태’는 당국이 이들에 대한 통제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수천명의 위구르인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자 당국은 경찰과 군병력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사망한 위구르인이 197명에 달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희생자는 400명에서 최대 840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시진핑주석은 집권 이후 모든 종교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시 주석은 2015년 종교를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 아래 두고 중국 문화에 동화시키겠다는 ‘종교의 중국화’정책을 펴고 있다. 시 주석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이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국 전역의 개신교와 가톨릭, 이슬람교에 대한 통제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국제 인권단체와 서방국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올해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도 리커창 총리는 “종교 사무에 대한 당의 기본정책을 전면 관철하고 종교의 중국화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