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동호에 뇌물’ 군납업체, 5억대 비자금 정황 포착

檢, 李 前 고등군사법원장 영장 / 타 업체와 공모 판매대금 현금화 / 장부 조작 비자금 조성·세금 탈루 / 본지, ‘돈다발’ 촬영한 사진 입수 / 檢 “규명할 부분 많아… 이제 시작”

검찰이 이동호(53) 전 고등군사법원장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전 법원장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사천의 종합식품기업 M사 대표이사 정모(45)씨가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가 수억원대에 달한다는 정황도 세계일보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는 이제 초입 단계”라고 밝혔다.

 

19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정 대표가 인천 소재의 식품원료업체 P사 대표 등과 짜고 약 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세계일보는 이 과정에서 정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을 현금화한 돈다발 사진 여러 장을 입수했다.

M사 정모 대표가 P사와 공모해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 각 2000여만원으로 전달책의 얼굴이 유리창에 실수로 담겼다.

정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해온 방식은 일종의 무자료 거래라고 한다. M사가 P사에 자사 제품을 팔면서 판매 대금은 현금으로 받고 세금계산서는 발행하지 않았다. 재래시장에서 이뤄지는 소액거래처럼 위장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것이다. 정 대표는 이렇게 비자금을 차곡차곡 챙겼지만 P사에 제품을 판매한 만큼 원료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M사는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어렵게 되자 회계사와 짜고 장부를 조작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M사 관계자는 “복잡한 거래 구조를 만들어 M사가 P사가 아닌 자회사에 제품을 넘긴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며 “정 대표는 P사 외에 다른 기업들과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전체 비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돈다발 사진은 P사 등에서 현금을 받은 M사 관계자가 촬영한 것이다. 전직 M사 관계자는 “정 대표는 중간에 ‘배달사고’를 우려해 인출한 현금은 반드시 사진으로 찍어 보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최근 P사 이모 대표와 M사 부사장을 소환하는 등 정 대표의 횡령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에게 건너간 돈이 1억원 안팎으로 의심되는 만큼 나머지 비자금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검사를 수사팀에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법원장 외에도 수사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법원장이 주도한 봉사단체도 주목된다. 이 전 법원장이 뇌물을 받는 통로로 활용한 차명계좌에 이 봉사단체 회원들의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L종합건설 이모 대표 역시 M사 정 대표와 함께 이 단체 회원이다. 해당 계좌에 이 대표 이름으로 16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돼 L사가 수주한 군부대 관련 건설 사업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전 법원장과 군 관련 로비스트 E(여)씨의 깊은 친분을 놓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E씨는 평소 중동지역 유력자들과 친분을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법원장 역시 이 지역 한 국가를 다녀왔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법원장이 사람을 조심하지 않고 아무나 만나고 다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