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목포 구도심' 부동산 구입 문제로 서로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던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이번엔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을 놓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 놓았다. 탁현민 전 행정관이 소환된 것은 지난 19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과의 대화'가 다소 산만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국민과의 대화...박지원 "좀 산만~중요 문제 빠져", 손혜원 "좀 불편한 부분도"
문 대통령이 시도한 국민과의 대화는 과거와 형태가 틀렸다. 지금까지 많은 대통령이 1대1 대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국민패널과의 질의응답 식으로 자신의 뜻을 드러내 왔다. 생방송도 있었고 녹화방송도 있었지만 사전에 짜여진 연출, 즉 질문순서와 질문요지가 대체적으로 정해진 상태서 이뤄졌다.
이와 달리 19일 국민과의 대화는 질문 희망 국민 300명을 추렸지만 대화는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이 손을 든 사람 중 누구를 택할지 몰라 질문내용도 사전에 알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뤄진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주 좋았다"면서도 "핵심을 벗어나고 좀 산만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농어촌 문제, 교육 문제도 안 나오더라"며 무거운 주제가 다뤄지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홍보전문가인 손혜원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좀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불편한 부분에 손 의원은 산만함도 인정하면서 "시간이 짧았고 무거운 주제들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 아쉽다"라는 점을 들었다.
◆ 탁현민 "저라면 그 연출은 안 했을 것이다"...생방송, 각본없는 어려움 알기에
지난해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을 기획하는 등 행사진행과 기획의 귀재로 이름을 떨쳤던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라면 그 연출은 안 했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말한 까닭을 "무작위로 질문자 선정하면 중복과 질문 수준에 이견이 있을 것이고..., 질문의 수준, 분야, 깊이... 답변의 수위와 내용까지 모두가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탁 전 행전관은 "생방송, 각본없는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묻는 것이 직업인 기자들도 매번 긴장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생방송으로 생생한 질문을 받고 즉각적인 답변을 하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파악과 순발력을 보여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대통령 말씀의 무게와 깊이 보다 중요한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고 했다.
◆ 박지원 "연출이 필요하다는 卓의 말 옳아, 그가 그립다" VS 손혜원 "卓이 모든 홍보 리드, 그건 오만"
박지원 의원은 "비서실장 할 때나 청와대 경험을 보면 대통령 기자회견, 국민과의 대화는 역시 연출을 하지 않으면 산만해 보인다"며 "탁현민 전 행정관의 말이 옳았다, 그리고 탁현민 전 행정관 빈자리가 저렇게 크구나, 그래서 탁현민이 그립다"고 했다.
국민과의 대화 효과를 높이면서 국민 궁금증을 풀려면 즉흥적인 대화보다는 어느정도 짜여진 체계, 연출이 필요하며 탁현민 전 행정관이 적격이라고 추켜 세운 것이다.
반면 손혜원 의원은 탁현민 전 행정관이 "나라면 그 연출 안 했을 것이다"고 한 것에 대해 "그건 오만이다"며 다소 농담조로 말한 뒤 "자기가 모든 홍보를 리드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용이라는 것이 있고 형식이라는 것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직접 이야기 하겠다', 그리고 '진심은 통할 것이다'라는 점을 오랜 경험에 의해서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했다. 연출보다 진정성이 더 깊은 전달력이 있으며 결국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연출 필요성'을 물리쳤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