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밝은 조성렬(사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0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당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물론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도 파기하는 방안 등 4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한국은 반도체 산업을 쓰러뜨리기 위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지소미아와 TISA 파기 △지소미아만 파기 △지소미아를 유지하되 정보공유 정지 △현상 유지의 4가지 시나리오가 한국 정부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와 TISA 파기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도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특히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배경에는 애초 지소미아가 부담스러웠던 점도 있다”며 “한·미·일 지역동맹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협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과의 통일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한국전쟁 당사자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도태평양 전략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중국을 염두에 두고 ‘적대 동맹’을 만드는 구상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는 지소미아를 파기할 이유를 찾던 한국에 기회를 준 형태가 됐다”며 “수출규제에 대한 대항카드로 취해진 이상 일본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정부가 방침을 바꿀 대의명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현재의 한·일관계는 지금까지 물밑에 있던 문제들이 모든 분출된 상태다. 해결된다면 한·일 간에 더이상 걸림돌이 될 것은 없다”며 “‘미국이 없는 동아시아’를 생각했을 때 현시점에서는 어렵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안보 면을 포함해 협력할 수밖에 없다. 이제 바야흐로 양국 관계는 분기점에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