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 韓·美관계 속에 강릉 간 해리스 美대사, 왜?

지난해 동계올림픽 경기장 방문…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격려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효력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놓고서 한·미 양국 간에 ‘과연 동맹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거센 파열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한국 끌어안기’로 해석될 만한 행보에 나서 눈길을 끈다.

 

해리스 대사는 20일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열렸던 강릉, 속초 등 강원도 동해안 일대를 방문하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앞줄 왼쪽 4번째)가 20일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 트위터 캡처

그는 트위터에 “강릉시에 와서 율곡 이이 선생 생가인 오죽헌을 둘러본 후 농악 공연을 봤습니다. 그리고 선교장과 2018 평창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경기장에도 들렀습니다. 화창한 늦가을 날씨가 정말 아름다운 강원도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농악 공연 등 사진을 올렸다.

 

이어 그는 지난해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우리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만나 격려했다. 해리스 대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듬직한 대한민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과 함께했다”며 “이들은 이제 2022 베이징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해리스 대사는 속초로 이동해 막걸리빵, 홍게 튀김 등 지역 특산물을 파는 중앙시장을 찾았다. 시장과 상점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한 그는 속초 중앙시장을 “정말 재미있는 곳(Big fun)”이라고 불렀다.

 

이런 해리스 대사의 행보는 이날 보도된 그의 국내 언론 인터뷰 내용과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 해리스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방침 발표에 대해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미국의 안보와 조약상 의무인 한반도를 방어하는 것과 관련한 우리(미국)의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경제’ 영역의 문제이고 한·일 지소미아 효력 연장은 ‘안보’ 영역의 문제이므로 둘을 결부짓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미국 정부 입장을 고스란히 되풀이한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해서도 해리스 대사는 “현재 상황에서 공은 한국 측에 있으며 한국 협상팀이 의미 있는 제안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밝혀 ‘미국이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라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으니 한국도 그에 근접한 액수를 들고 와야 한다’라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전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별 성과 없이 일찍 끝난 점을 고려한 듯 해리스 대사는 “한국 측이 선의를 갖고 성실하게 충분히 준비된 상태로 협상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