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정부에 네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4조2교대제로의 전환을 위한 인력 충원 △총인건비 정상화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임금 수준 개선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KTX와 SRT(수서발고속철도) 통합이다. 적자 등을 이유로 코레일이 난색을 표하는 상황에서, 협상이 이른 시일 안에 타결되지 않으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74일간 철도노조가 벌였던 2016년 장기 파업과 같은 사태의 재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도노조, “국토부의 해결안 제시 없어 파업”…인력 4600여명 증원 등 촉구
철도노조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18~19일 파업을 막기 위한 집중교섭을 사측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국토교통부는 어떠한 해결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파업 돌입 이유를 밝혔다. 파업 첫날 철도노조 소속 참가자는 총 4343명(오후 4시 기준)으로 전체 출근 대상자 1만5871명의 27.4%다.
노조는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근무체계 전환(3조2교대제→4조2교대제, 2020년 1월 시행)을 위해 4600여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9년 이후 인력 감축으로 증가한 ‘근무수당’이 총인건비를 잠식했다고도 했다. 열차승무와 차량정비 등 생명안전업무 담당직원의 직접고용과 자회사 동종업무 종사자의 임금 조정(코레일 80% 수준)의 합의사항이 여전히 이행되지 않았다며, 코레일 경영진의 태도가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킨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철도 공공성 강화’ 의지를 언급하며 ‘KTX·SRT 통합’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 장관은 장관 후보자였던 2017년 6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철도 공공성 유지는 국가의 책무”라며 “철도 민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철도산업 외주중단 등 철도 공공성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민영화 논란 속에 2013년 출범한 SRT 운영사 ㈜SR에 대해, 노조는 고속철도의 ‘강남-비강남권 분리’로 코레일 경영에 타격을 입히는 등 철도 운영 효율성을 위해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적자’ 이유로 난색…“KTX·SRT 통합은 재량 범위 밖”
코레일은 노사 합의를 토대로 4조2교대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노조의 인력충원안을 받아들이면 현재 1000억원 규모인 적자가 5000억원까지 불어난다고 난색을 표했다. 코레일은 이와 별개로 근무체계 전환을 위해 1800명가량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는 외부기관의 용역 결과 검증에도 들어갔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차원 논의가 필요하다며 총인건비 정상화에 고개 저은 코레일은 ‘자회사 처우개선’ 등에 대해서는 법규 정비 후 시행을 이유로 ‘즉각 시행’을 촉구한 노조와 평행선을 달렸다. KTX와 SRT 통합은 국토부의 검토 사안이어서 재량 범위 밖이라고 밝혔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에서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파업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줄이고, 열차 안전운행에 온 힘을 쏟겠다”고 고개 숙였다. 대입 논술·수시면접을 위해 열차를 이용할 수험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손 사장은 “공공철도를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고 노조에 호소했다. 그는 “국민이 등을 돌리면 우리 철도에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2016년 9월27일부터 성과연봉제 반대를 주장하며 12월9일까지 74일간 장기파업을 벌인 바 있다. 그전에는 SRT 운영사 설립 반대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2013년 12월9일부터 22일간 파업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