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당시 수억원대 사기를 저질러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전직 청와대 경호과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는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청와대 경호과장 박모(52)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그동안 피해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갚아 피해자들이 박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거액의 이득을 얻으려는 피해자들의 욕심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씨는 현직 신분이던 2012년 8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피해자에게 “5억원을 주면 발전소 건설현장 함바식당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해 9월엔 해당 지인한테도 함바식당 투자를 권유해 1억4800만원을 받아 챙겼다. 2016년 1월에는 다른 피해자에게 접근해 “청와대 근무 후 퇴직한 사람이나 휴직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 있는데 여기 투자하게 해주겠다”면서 2억원을 건네받아 주식투자를 해 8100만원가량 손실을 내기도 했다.
앞서 1심은 “박씨가 청와대 경호과장으로서 쌓은 경력과 배경을 과시해 실체가 의심스러운 투자 방법이 가능한 것처럼 피해자들을 믿게 했다. 공직자로서 이권 개입을 할 수 있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