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의 비극 [논썰+]

강원도 평창군과 정선군 사이에 우뚝 솟은 가리왕산(해발 1561m)은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산이다. 고대 맥국의 갈왕이 이곳에 성을 쌓고 피난을 왔다 하여 ‘갈왕산’으로 불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인적이 드물었던 까닭에 수목이 울창함은 물론이다. 조선시대 산삼봉표석(山蔘封標石)을 세워 왕실에 올리는 산삼을 보호했다. 요즘도 다양한 생물자원이 서식하고 있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놨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풍혈(風穴)지역이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의 주요 자생지이기도 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슈퍼 대회전 경기가 열린 알파인 센터는 가리왕산의 중봉을 깎아 만들었다. 축구장 110개 규모의 산림이 사라지고, 나무 10만 그루가 송두리째 뽑혔다. 2011년 동계올림픽 평창 확정 후부터 가리왕산 스키장은 ‘뜨거운 감자’였다. 가리왕산이 최적지라는 조직위원회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라며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면 산림을 복원해 다시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허가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알파인 센터를 전면 복원할 것이냐, 합리적으로 존치할 것이냐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산림청과 환경단체들은 산림 보호 등을 이유로 완전 복원을 주장하는 반면 강원도와 정선군은 곤돌라 등 일부 시설을 존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의 합리적 복원을 논의하기 위한 10차 회의에서도 이해 관계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곤돌라 철거비용은 최대 100억원, 산림복원비용은 방식에 따라 7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까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며 가리왕산 스키장은 올림픽 이후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아무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복원할지 결정하지 못 한 사이에 가리왕산은 더 황폐해지고 있다. 슬로프로 사용됐던 산비탈은 황무지로 변했고 곳곳에는 자갈과 돌이 드러나 있다. 뿌리가 훤히 드러난 나무도 많다. 산림청은 지금 상태라면 호우주의보 정도의 비가 와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리왕산의 비극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이들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