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네 모녀’에 이어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도 일가족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고, 지역사회와 고립돼 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손가정·생활고·복지 사각지대 공통점
경기 양주에서도 지난 6일 장흥면 부곡리 한 고가다리 아래에서 57세 B씨와 그의 6살, 4살 난 두 아들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B씨가 생전 친척들에게 보낸 문자를 토대로 생활고로 인해 아들들을 동반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 달 새 잇따라 발생한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공통으로 한부모 가정에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으나, 적절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을 받다가 중단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천 A씨의 경우 관리비와 전기·가스·수도요금 체납이 없어 위기가구로 걸러지지 않았다. 또 긴급지원이 끝난 뒤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A씨가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경제능력이 없어야 하는데 A씨는 부양의무자인 이혼한 전남편과 친정부모 재산을 조사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며 좀 더 두고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성북 네 모녀도 공과금을 체납하지 않았고, 체납액이 1000만원이 넘어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기준에 못 미쳤다. 긴급복지 지원도 신청하지 않았다.
◆“정부·지역사회 함께 안전망 마련해야”
전문가 및 관련 단체는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정의 고립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과 관계의 빈곤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신청주의인데, 공과금 체납 등 여러 지표에서 위험도가 높은 가정뿐만 아니라 관계가 완전히 끊어져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중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빈곤계층 발굴을 위해 공과금 미납부자 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명확히 한계가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차상위 계층이나 빈곤계층 목록을 갖고 있는데, 이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공무원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관, 종합복지관 등 다양한 단체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는 장치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성북구 네 모녀’를 애도하기 위해 이날 서울 성북구에 시민 분향소를 마련한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 정책에도 빈곤층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공공적 복지, 보편적 복지, 예방적 복지 3가지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복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혜정·이강진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