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효력 발생 3년 만인 22일 사실상 ‘종료’될 운명을 맞았다. 지난 8월22일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한 뒤 정확히 3개월 만이다. 지소미아가 예상대로 종료된다면 효력 유지를 강력히 원하는 미·일의 입장이 우리와 달라 당분간 한·미·일 사이의 외교안보 지형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하루 앞둔 21일 오전 국가안보실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NSC 상임위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 뒤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검토하고 주요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관련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NSC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없이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바꿀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이 재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향후 대응방안과 미국과의 협조 문제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일본을 겨냥해 “안보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정보를 공유하자고 하면 모순되는 태도”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러면서도 지소미아 종료시점인 23일 0시까지도 일본의 태도 변화 여부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과 (지소미아 종료 문제에 대한) 협의를 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오늘 (일본과)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내일은 어려워지지 않을까 (그런) 고민도 있다. 저희는 종료되지 않는 쪽과 종료가 불가피한 쪽, 두 쪽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막판까지 결정하지 않고 일본의 태도 변화를 주시했다. 강 장관이 22일 G20 회의에 참석하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양자 협의를 통해 막판 논의를 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양국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방법을 통해 당장의 난국을 피하려는 노력을 가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지소미아 종료는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인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를 이끌어내고 양국 사이 미국의 개입과 관여를 유도하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의도가 관철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소미아를 ‘한·미·일 협력’의 상징으로 여기는 미국은 지난 8월 이후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태도 변화를 사실상 주문해 왔다.
홍주형·김달중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