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공공기관 등에 1순위로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한다고 하는데 국감장(서울시청)을 와보니 접속이 안 된다.”
지난달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공공와이파이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이 자신의 노트북을 들며 서울시청에서 공공와이파이 연결이 잘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앞서 서울시는 2022년까지 1027억원을 투입해 서울 전역에 공공와이파이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도 내년부터 전국 시내버스 2만5000여대와 신규 공공장소 1만여개소에 공공와이파이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제한 데이터를 쓰고 있다”며 “IT(정보통신) 환경이 빛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공공)와이파이망을 구축하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공공와이파이’ 실태조사 해보니
기자는 지난 19일 서울에 설치된 공공와이파이 실태를 파악하려고 시내 번화가인 종로, 강남 일대를 돌며 공공와이파이 10여곳의 속도를 측정했다. 속도 측정에는 휴대전화 앱 ‘벤치비’(Benchbee)를 활용했다. 먼저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된 지역을 검색해야했다. 공공와이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접속위치를 선택했지만 홈페이지 화면이 바뀌지 않았다.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먹통이었다. 다행히 휴대전화 ‘공공와이파이’ 앱이 제대로 작동해 와이파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공공와이파이가 제공되는 광화문 광장 일대를 찾아보니 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 공공와이파이 5개 장소(광화문역, 종로구청, 광화문우체국, 청계광장, 청계천 광통교)가 검색됐다. 우선 세종문화회관 뒤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 8번 출구방향으로 이동해 휴대전화 와이파이를 켜니 'PublicWiFi@Seoul'이라는 공공와이파이가 검색됐다. 연결후 속도를 측정하니 4.08mbps가 나왔고 이는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 시청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위치에 따라 간혹 끊김이 있었으나 쓸 만한 정도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mbps 수준이면 휴대폰으로 포털 검색, 동영상 시청 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도보로 100m가량 떨어진 광화문 광장 쪽으로 걸으니 얘기가 달라졌다. 와이파이 신호는 급속히 약해졌고 광장 주변은 공공 와이파이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공공와이파이 장소로 지정된 종로구청에 가서야 ‘Public WiFi Free’라는 이름의 와이파이가 검색됐다. 하지만 ‘연결중’이라는 문구만 뜰뿐 인터넷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시 300m가량 떨어진 광화문우체국으로 향해 와이파이를 측정해 봤다. 이곳에서는 ‘Public WiFi Free’가 잡혔고 14.4mbps의 속도가 나왔다. 하지만 불과 10m를 걸으니 역시 연결이 바로 끊겼다. 공공와이파이 지역으로 표시된 청계광장도 ‘PublicWiFi@Seoul'이라는 이름만 뜰 뿐 연결이 되지 않았다. 청계천을 걸어 광통교로 이동하니 그제야 5.40mbps 속도로 와이파이에 연결할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의 5개 와이파이 지역 중 3곳만이 제대로 작동했고 접속된 지역도 조금만 지역을 벗어나면 연결이 끊겨 애를 먹었다.
서울시내 대표 번화가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12번 출구로 나와 편의점 앞 공공와이파이 지역으로 표시된 지점에서 공공와이파이를 검색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10번 출구에서 강남대로로 향하는 동안 간혹 ‘Free’라고 써진 통신사 별 와이파이가 잡혔지만 ‘Public’이라는 이름의 공공와이파이는 연결되지 않았다. 강남구가 제공하는 와이파이인 ‘Gangnam WiFi’도 잡혔으나 ‘인증 오류 발생’이라며 불통이었다. 하지만 인근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인근의 ‘Gangnam WiFi’는 108mbps의 속도가 나와 이날 공공와이파이 테스트 장소 10여군데 중 가장 빠른 속도가 났다. 서울 지하철 2호선, 5호선의 와이파이와 강남08번, 145번 등 시내버스 공공와이파이를 측정한 결과 13.3~5.21mbps의 속도가 나와 인터넷을 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 민간 통신사에 운영 맡긴 공공와이파이…매분기 6만개 중 60여곳만 점검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국 공공와이파이 접속기(AP)는 총 6만581대가 설치됐다. 과기부가 설치한 공공와이파이 AP는 3만2068대로 가장 많았고 지자체가 2만1523대, 다른 공공기관이 6990대를 설치했다. 공공와이파이는 정부, 지자체, 통신사가 1:1:2의 비용을 들여 구축했고 94억 9600만원의 국비가 들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모여 만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공공와이파이 트래픽은 2015년 5840만건에서 2016년 9796만건, 2017년 1억2400만건, 지난해 1억4842만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와이파이 AP의 관리 및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인력 문제로 정부는 민간 통신사에게 AP 유지보수를 맡기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장은덕 조사관은 지난 15일 ‘공공와이파이 구축, 운영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KTOA가 현장점검을 일부 실시하고 있으나 전체 AP 상태나 이력, 이용정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유지, 보수책임을 지는데 비용부담으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지자체 등과 협조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공와이파이 단말기 확인과 품질 측정은 KTOA 담당과장 등 직원 2명이 맡아 분기별 점검대상이 50~60곳에 그치고 있다. 전국 6만여 대의 공공와이파이 단말기가 설치된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KTOA에 따르면 현장점검 대상 중 약 20%에서 속도, 접속 등의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AP 단말기는 3년이 지나면 장애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5~7년이 지나면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나 홈페이지로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단말기 상당수가 방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KTOA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품질저하가 있을 수 있고, (누적)와이파이 이용자가 많으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와이파이 범위는 기본적으로 10m 정도로 보고 있는데 종류 품질에 따르겠지만 (인터넷 접속)공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 지자체 공공와이파이 제각각…위치파악, 접속방법 달라 어려워
지자체와 과기부가 공공와이파이를 따로 설치, 관리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어디에서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지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가 현장에서 공공와이파이를 찾아본 결과 공공와이파이 앱에는 지자체가 설치한 공공와이파이가 따로 표시되지 않았고, 공공와이파이 이름과 접속방법도 과기부, 지자체, 대중교통 와이파이별로 제각각이었다. 정보취약계층이 각기 다른 와이파이를 찾아 접속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점이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지자체와 협업해 내년까지 공공와이파이 현황 취합에 나섰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관계자는 “공공와이파이 소유권이 지자체, 정부별로 있고 인력의 한계 때문에 집중관리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관련기관과 함께 공공와이파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