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금이 만날 때인가” 北, 초청 거절…靑 “매우 아쉬워”

靑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 / 北, 文 대통령 초청 친서 공개…“대통령 고뇌와 번민 충분히 이해” / 특사 방문 요청도 北, 거절
문재인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왼쪽)이 지난 6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두손을 맞잡고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판문점=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의문에 대해 답신 서한을 보내면서 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 서한에서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을 국제사회의 지지로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며 “정부는 남북 정상이 모든 가능한 계기에 자주 만나서 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하여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보며, 이러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초청 거절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평화 번영을 위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하여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문 대통령이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지만, 현재의 어려운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참석하기 어렵다고 이날 보도했다.

 

부산 정상회의를 계기로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정부의 기대는 다시 한번 물거품이 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1월5일 남조선의 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어 “친서가 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면서도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그것은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차례나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 당국도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 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