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가 잘 정리됐으니 단식을 풀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은 22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황 대표를 찾아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 등 국익 문제에 대해 황 대표께서 많이 고심해주셨고, 이렇게 추운데 단식까지 하시며 걱정해줘서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 수석은 이어 “25일 (한·아세안 정상회의)환영 만찬도 있는데, 대표님이 단식을 풀어주시고 만찬에도 참여해주길 다시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황 대표는 “말씀 감사 드리고, 앞으로도 지소미아가 폐지되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강 수석은 황 대표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황 대표님의 바람대로 지소미아가 사실상 종료가 되지 않고 잘 정리된 만큼 이제 황 대표께서 단식을 종료해 달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여전히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당이)그동안 요구해왔던 지소미아 유지 일부가 받아들여졌다”면서도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3개 조건 가운데 1개가 해결된 것에 불과해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명연 수석대변인도 정부의 이날 결정에 대해 “국가 안보를 걱정해 준 국민들의 승리”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황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저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단식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당의 공식입장을 전했다.
이날 청와대는 지소미아 협정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WTO(국제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황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지소미아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3가지 조건을 내걸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 문제로 청와대 앞 천막 설치가 불허되자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두 곳을 오가며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이틀이 지났다.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면서 “누군가는 제 단식을 폄훼하고, 제 생각을 채찍질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적어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또 “저들의 폭력에 죽음을 각오하고 맞서야 한다. 국민의 명령이고 우리가 정치하는 동기”라며 “저는 두려운 것이 없다. 지켜야 할 가치를 잃은 삶은 죽음이기에, 죽어서 사는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