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병원 실려 가기 전까지 단식 지속할 듯"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농성이 24일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한국당은 황 대표의 단식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도 불구하고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지소미아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철회 등 3가지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앞으로 황 대표의 단식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단식 농성 2라운드'로, 황 대표는 전날 나 원내대표를 만나 "사실 (단식의) 시작은 선거법 개정안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황교안 "단식 시작, 선거법 개정안 때문"

 

황 대표의 측근인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기 전 '내가 혹시 잘못될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것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면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그동안 낮에는 청와대 앞에서, 밤에는 국회에서 농성하던 것과 달리, 당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천막 설치가 어려운 청와대 앞에서 24시간 농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요구가 상당 부분 관철되거나 병원으로 실려 가기 전까지 황 대표의 단식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여야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지난 20일부터 미국을 함께 방문한 나 원내대표는 귀국 직후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귀국 직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선거법 개정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저지는 한국당과 국민의 뜻"이라며 "이 뜻을 잘 관철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논의하고 풀어가겠다. 정기국회 마무리 과정이나 여당과 여러 가지 논의와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여야 간 패스트트랙 대화가 진행 중임을 언급하며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식 중인 황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지난 21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 간의 정치협상회의에서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합의안 마련'이 무게있게 거론된 데 따른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도 관심이다.

 

당장 황 대표의 단식이 이어지면서 당내 강경론이 힘을 받고 있고, 이 같은 맥락에서 '협상을 하더라도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철회하는 협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24일 오후 3시 황 대표가 단식 중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전략을 논의한다.

 

◆한국당 "황 대표 건강 급격하게 악화"

 

한편 황 대표는 단식을 계속하는 데다,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실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상태라고 한국당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동안 꼿꼿이 앉아 단식을 이어갔던 황 대표는 전날 저녁부터 잠시 몸을 눕히기도 했으며, 이날 오전에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텐트 안에 머무를 계획이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어제 저녁 5시쯤 (황 대표가) 속이 메스껍다고 하는 등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오늘은 오전 8시 30분쯤 화장실에 다녀온 뒤로는 계속 텐트에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 "보통 해가 뜨면 청와대 분수대 광장으로 나와 농성을 했지만, 현재는 그렇게 나갈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조금 전 혈당을 체크했는데 수치가 낮게 나오고 있다"며 "사람들과의 접촉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며 "그래서 고통마저도 소중하다. 추위도 허기짐도 여러분께서 모두 덮어준다"는 글을 올려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황 대표는 또 "두렵지 않다. 반드시 승리하겠다.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적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