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8일째로 접어들었다.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는 아직 단식을 끝낼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한국당은 시시각각 황 대표의 ‘건강악화’를 알리며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날 선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당, 시시각각 황 대표 건강상태 알려
황 대표는 27일 현재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몽골 텐트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원칙적으로 청와대 앞은 천막 설치 불가 구역이지만 한국당 측의 거센 반발에 관계 당국도 일단 손을 못 쓰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측은 황 대표가 천막 안에서 담요와 침낭에만 의지하고 있다며 “황 대표의 의지로 전기난로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의 건강이상설은 지난 주말부터 계속됐다. 한국당 측은 “지난 23일부터 황 대표의 체력이 바닥나 건강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앉기도 어려워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보냈으며 근처에서 열린 전 목사의 예배에만 이따금 참석했다는 전언이다. 27일엔 황 대표가 의식은 있지만 말을 거의 못하며 몸의 부기도 심해진 상태이며 감기 증세도 심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하루 3차례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있으며 한국당 측은 응급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금테도 못 버티는 황 대표” 한국당 의원들도 SNS 공세
황 대표의 단식 이후 한국당은 여당과 청와대를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 태세에 돌입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것과 관련, “제1야당 대표가 목숨 내놓고 투쟁하고 있다. 진즉 병원에 실려 가야 할 위중한 상황임에도 정말 온몸으로 목숨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고 질타했다.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과 박맹우 사무총장은 연일 황 대표의 혈압, 소변상태 등 건강상태를 언론에 전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청와대의 텐트 자진 철거 요청에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냐”고 분노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도 시시각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황 대표 단식과 관련된 내용을 적어올렸다. 한선교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황 대표)의 안경은 평소의 금속 재질 테가 아닌 뿔테로 바뀌어 있다”며 “그의 체력이 이제는 안경테의 무게도 부담스러운 시기에 도달했나 보다”라고 썼다.
민경욱 의원은 “의원총회가 진행되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조차 견디질 못하고 황 대표는 누워서 쉴 곳을 찾아갔다”며 “천막을 들면 찬 바람이 들어가고 내리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열악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단식 중단 거부… 전광훈 목사는 “예상보다 좋아”
노심초사하는 한국당 분위기와 달리 정작 황 대표는 단식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의사들은 병원을 가라고 권유하고 우려하는데, 황 대표 본인은 (농성 의지가) 확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도읍 의원도 “의사들은 안 된다는데, 황 대표는 계속하겠다고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전날 몸져누운 황 대표에게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지만 황 대표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40분 정도 황 대표의 단식 텐트에 머물다 나온 전광훈 목사는 기자들에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으로서 기도해줬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예수님 이 땅에 계실 때 천사들이 도와준 것처럼 하나님 천군천사 보내주셔서 도와주세요. 이렇게 기도했다”고 했다. ‘기도 외에 다른 대화를 나눴냐’는 기자들 질문엔 “내가 기도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전 목사는 황 대표의 건강상태에 대해 “예상보다 좋으시다”며 “저도 40일 금식 해봤기 때문에 금식 전문가인데 저 정도는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신앙인이니까 금식할 때 성경 말씀이 절대적인 힘이 된다”며 “그래서 유튜브로 성경 말씀 틀어 들으시면서 묵상하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