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 단식·총사퇴… 강경 대응 쏟아낸 한국당 의총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방안 모색 / 협상보다 실력 발휘 의견 지배적 / 나경원 “결정된 것 없어” 말 아껴 / 심상정, 황교안 단식 농성장 찾아 / 일부 지지자 “물러가라” 실랑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8일째 단식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난 뒤 지지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 저지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타협안보다는 연좌 단식과 의원직 총사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등의 강경론이 주로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결정된 대응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제 논의를 할 것이다”며 말을 아꼈다.

단식 8일차를 맞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천막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을 누운 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의원 10여명은 황 대표의 단식 후 처음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 여권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백가쟁명식으로 발표했다. 협상보다는 단식, 의원직 총사퇴 등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다수 의원들이 전했다.



한 중진의원은 “황 대표의 건강이 매우 우려된다. 황 대표를 강제로라도 병원으로 데려가는 대신 4선급 이상 중진들을 시작으로 동조 단식에 나서자”고 의총에서 제안했다. ‘100명 연좌 단식‘을 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 제안한 필리버스터에 힘을 보태자는 의견도 나왔다. 12월 10일까지 열리는 정기국회 이후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위해 열릴 수 있는 임시국회를 필리버스터로 막자는 취지였다. 의원직 총사퇴는 향후 정국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째 단식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황 대표는 이날 8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은 “그동안은 인기척이 있으면 눈을 떴는데 지금은 기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자는 시간이 많다”며 “단식을 만류해도 황 대표가 ‘조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황제 단식’이라고 비판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황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일부 황 대표 지지자들은 “심상정 물러가라”며 항의하거나 심 대표를 붙잡으며 온몸으로 막아서기도 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과 이계성 국회 정무수석, 전광훈 목사 등도 이날 황 대표를 만나고 돌아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