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권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모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 중일 때 벌어진 석연찮은 일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청와대와 여권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석연찮은 감찰중단 의혹에 이어 불거진 김기현 전 울산시장 낙선을 겨냥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폭발력이 큰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울산지방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 결정 및 수사가 이뤄진 과정이 사안의 성격상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가장 핵심적 쟁점은 당시 이뤄진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 결정이 ‘누구’ 지시로 시작됐고 그에 대한 비위첩보가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다. 청와대에서 경찰청 본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첩보를 내려보내고 사실상 ‘수사 지시’를 했다면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한 인사들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경찰청은 울산경찰청에 첩보를 전달한 사실은 맞다고 인정했지만, 해당 첩보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임을 내세워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첩보 전달 및 ‘하명수사’ 논란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당시 경찰조직을 이끌었던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통상적인 첩보 처리 절차에 따라 주무부서인 수사국에서 첩보들을 검토하고 해당 지방청에 하달했다”며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청 하달 첩보도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김 전 시장은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가 알려지면서 결국 낙선했다.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이는 문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인 여당후보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다. 만약 청와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직접 경찰을 동원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방선거 직전 청와대가 야당 소속의 자치단체장 후보를 겨냥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비리 첩보 수집은 청와대 직제상 특별감찰반 등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민간인 사찰’ 논란 여지도 있다. 특감반은 행정부 고위공무원 등 공직자에 대한 감찰 권한을 가질 뿐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조 전 장관과 송 시장의 친분 관계가 확인되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송 시장이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울산 중구에 출마했을 때 선거대책본부장과 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의획의 또 다른 핵심 당사자인 황운하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 전 시장의 측근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 하명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경찰청 본청 정보를 받아 시작한 정상적인 수사였다”며 부인했다. 황 청장은 그러나 하명 주체로 지목된 조 전 장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는 “(조 전 장관은) 이번 사건과 상관이 없다. 이번 사건 해명에 필요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구속영장심사를 받은 유 전 부시장의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핵심 피의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은 자녀입시비리 의혹 등에 연루된 혐의로도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세갈래로 조 전 장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건호·이희경 기자, 대전=임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