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의 5G 요금제 만들어달라” 최기영 장관 요청에 당황한 이통3사 CEO들

29일 과기정통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 9월 취임 이후 처음 한 자리에 / 이통업계 “초기 투자 비용 막대해 3~4만원대 요금제 출시는 시기상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9일 국내 이동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지난 4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 점검과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지금의 5G 요금제가 너무 비싸다며 저가 요금제를 출시해 달라고 CEO들에게 요청했다.


최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메리어트 여의도 파크센터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최 장관이 지난 9월 신임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이통3사 수장들과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최 장관은 3사 CEO들에게 “5G 이용이 확대되면서 대용량 콘텐츠 유통 활성화와 트래픽 급증이 예상돼 국민 생활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라며 “5G 서비스를 다양한 소비자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함께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또 최 장관은 5G 지원 단말기가 100만원대를 훨씬 웃도는 고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심으로 출시되고 있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에 보급형을 포함해 다양한 가격대의 단말기가 출시될 수 있게 이통사들이 제조사들과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메리어트 여의도 파크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통신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최기영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연합뉴스

 

최 장관이 이통사에 요청한 5G 중·저가 요금제는 월 3~4만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통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월 5만원대에서 5G 최저 요금이 형성돼 있다. 5G 가입자는 11월2일 현재 가입자 4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 정책상 500만 가입자를 확보하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3∼4만원대 중저가 요금제도 필요하다고 장관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3사 CEO들은 최 장관에게 “적극 노력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당장 월 3∼4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각사가 상용화 초기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를 이어가며 출혈경쟁을 했던 터라 가격을 더 내린 요금제 출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 문제에 대해 “아직 가입자가 많이 부족하다. 망 투자에 돈이 많이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 장관은 “내년 서비스에 들어가는 5G의 28㎓(기가헤르츠) 서비스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CEO들에게 요청하는 한편, 28㎓를 이용한 B2B 서비스의 요금제도 너무 비싸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장관은 내년에도 5G 네트워크 투자와 5G 킬러 콘텐츠 개발, 중소기업 상생 방안 등 함께 고민해 달라고 3사 CEO들에게 당부했다.

 

CEO들은 최 장관에게 “현재 5G 커버리지(서비스범위)를 더 넓히기 위해 함께 손잡고 일부 지역에선 통신 공동망을 구축 중”이라며 “5G 서비스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정부가 AI칩이 개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