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 발사 /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 / 한·미동맹 균열 봉합 서둘러야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을 한 달 앞두고 대남·대미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 후 5일 만인 그제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올 들어 13번째다. 이번에는 초대형 방사포 발사 간격이 30초로 단축돼 연속 발사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험사격 장면을 참관하고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초대형 방사포가 연속 발사되면 한국군 킬체인의 탐지·타격체계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는다.
북한의 이번 초대형 방사포 발사 의도는 미국과 남측을 압박하려는 데 있다. 북한 체제보장과 제재 해제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들고 협상장에 나오라고 미국에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 한국 정부를 자극해 북·미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도발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정보원은 어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연말까지 북·미대화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한국에 보낸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도발이 계속 있을 것으로 보고,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도를 넘은 도발은 협상력을 높이기는커녕 미국의 강경 대응을 자초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경우 북·미 관계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군이 27∼28일 첨단 정찰기인 리벳 조인트(RC-135V), EP-3E, E-8C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 대북 감시비행을 한 것을 유념해야 한다. 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전적으로 북한 탓이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핵 문제 논의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모두 철회해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내민 것을 보면 과연 협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 카드까지 꺼낸 미국 입장이 더욱 난감해졌을 것이다.
정부는 대북 저자세가 북한의 도발 수위만 높였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초대형 방사포 발사에 대해 일본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강력 규탄했지만 우리 군은 ‘강한 유감’ 표명 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다. 게다가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아질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견고해야 하는데 외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으로 불협화음이 커지는 형국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북한이 핵 협상을 중단하고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동맹에 대한 공격이 아닌 동맹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한·미는 동맹 균열을 서둘러 봉합하고 북한 도발 대응태세를 강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