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정기국회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선언을 둘러싼 여아 간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당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두고 “공존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비판하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안·검찰개혁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당, 필리버스터 미명 아래 정치적 폭거”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당이) 우리 정치의 근본을 바탕에서부터 뒤흔들어 버렸다”면서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켜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필리버스터의 미명 아래 난폭하게 진행한 정치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그는 “한국당의 진짜 속셈은 따로 있어 보인다”며 “한국당이 기획한 국회 봉쇄 시나리오는 임시국회를 최다 199번까지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당이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해서 민생경제법안 전체를 대상으로 삼은 것도 20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국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무지막지한 기획 때문 아닌가 의심한다”고 힐난했다.
특히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한 여야 간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전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은 어린이 안전법안 등 각종 시급한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그 요구를 차갑게 외면한 쪽이 바로 여당”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민식이법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다고 주장하는데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이런 주장을 반복하면 알리바이 조작 정당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199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먼저 신청해놓고 여론의 비판에 몰리니 궁여지책으로 내민 게 ‘민식이법은 우선 처리하겠다, 그러나 나머지 몇 개 법안의 필리버스터는 보장하라’는 것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2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데 대해 “필리버스터가 완전히 전제되지 않은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고 순수한 민생법안, 경제활력법안, 비쟁점법안을 처리하자고 한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제 마음속 의심이 커졌다”며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195개의 비쟁점·경제활력 법안들에 대해 이미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놨기 때문에 제대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정신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본회의를 열고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이 공조해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며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는 정말 하세월이 된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 제외 ‘4+1’ 패스트트랙 처리 시사
이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안·검찰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는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법에 대해 마음을 열고 그 방향에 동의해 협상에 나오면 우리가 협상을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키고 봉쇄해 선거제·검찰개혁안 처리를 막으려는 의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협상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지극히 회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공수처법과 선거법 중 어떤 것을 먼저 처리할 것인지 순서와 관련해서는 우리를 제외한 다른 동조했던 정치그룹 안에서 의견이 명확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약속을 존중하는 것에서 저희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공수처법 선(先)처리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