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돌봄 활동을 하시는 80대 어머님이 계세요. 돌봄 받아야 하는 연세에 힘드시지 않으냐 물으니 ‘내가 나이가 더 들어 못 움직이면 마을 누군가가 나를 돌볼 거야’ 하셨어요. 우리는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활동을 하는 거예요.”
지난달 25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반송2동은 공동체 의식이 잘 형성돼 있고, 마을에 대한 애정도 높다”며 자랑했다. 그는 이렇게 된 데는 마을건강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마을건강센터가 구심점이 돼 동아리를 조직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주민 스스로 건강관리, 소외계층 돌봄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을건강센터는 주민 동아리 조직의 중심 역할도 하고 있다. 반송2동에는 13개 동아리 25팀이 있다. 걷기, 노인 인지 향상 활동, 고독사 방지·말벗 서비스 동아리 등이 있다. 1년에 두 번 주민들이 모여 마을에 필요한 건강·돌봄·복지 현황을 파악해 동아리 조직·활동 계획을 세운다. 동아리 활동을 하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으면 주민센터, 지역 복지관 등과 연계해 필요한 복지·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반송동 주민은 “이전엔 퇴근 후 끼리끼리 모여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동아리를 만들어 걷거나 이웃을 돌본다”며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면서 마을 풍경이 변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평소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의 바람직한 모형으로 부산 마을건강센터를 주목하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건강한 노화’를 위해 예방중심적 건강 정책이 필요한데, 사는 곳 가까이에서 정기적으로 건강상태를 관리하는 게 기본이다. 나성웅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접근성과 효과성이 좋은 새로운 건강 증진 모델은 주민밀착형, 생활밀착형이 돼야 한다”며 “반송처럼 주민 주도의 소규모 건강 증진 사업을 분석해 이를 권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