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통화내역’ 중요 단서 가능성… 靑 강제 수사 불가피

숨진 檢수사관 휴대전화 분석 착수 / ‘김기현 첩보’ 작성자로 의심 받아 / 상관 백원우와 주고받은 문자 등 / 각종 자료 당시의 정황 보여줄 듯 / “억울함 풀어달란 메시지” 분석도 / 靑, 일절 가공 없이 밀봉상태 이첩 / 檢 ‘다른 형태 첩보 전달했나’ 주목
‘백원우 별동대’ 사무실?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전경. 자유한국당은 이곳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별도 특감반을 운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지방선거 개입·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돼 일명 ‘백원우 별동대’로 활동하던 검찰 수사관 A씨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숨진 배경과 의혹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6급 직원인 A수사관은 상부 지시를 따른 실무자였다.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은 검찰 출석을 앞둔 A씨가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하도록 그를 압박한 인물은 없는지 등 그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과정을 자세히 밝혀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A씨가 남긴 자필 메모 형식의 유서에 “휴대전화를 초기화하지 말아달라”고 각별히 당부한 것도 청와대 근무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받은 각종 문자메시지 등 자료를 수사기관이 분석해 의혹 전모를 풀어달라는 일종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청와대에 대한 직접수사가 불가피한 배경이다. 검찰 수사는 청와대를 향해가고 있으나 1일부터 법무부의 형사사건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이 실시되면서 ‘밀실수사’로 전환돼 검찰 안팎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검찰, 휴대전화 분석 서두르고 사망 경위 밝혀낼 것”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전날 서울 서초동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를 통해 그가 백 전 비서관을 통해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 지 등에 대한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리가 담긴 첩보를 처음 작성한 인물이 누구인지와 누구 지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보고서 형태로 가공됐는지에 맞춰져 있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얼마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태우 TV’에서 자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활동 당시 특감반원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프린터에서 본 A4 한 페이지짜리 문건은 “(울산지방경찰청에) 이첩된 이후의 수사 상황 동향이 적힌 문서였다”며 “청와대 하명수사임을 보여주는 성격의 문건”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수사관은 “(첩보 내용이 담긴) 두꺼운 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보고서의 최초 생성자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문제의 문건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민주당 유력인사에게도 흘러들어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황이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뉴스1

검찰은 A 수사관이 남긴 ‘물증’인 휴대전화를 신속히 확보해 관련 내용 분석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 검사는 “변사사건은 유족에게 시신 인도를 해야 하는 만큼 수사를 신속하게 하는데, 이 경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 더욱더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직접 말할 순 없어도 휴대전화 등을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글을 남긴 만큼 검찰로서도 수사지휘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선 A씨의 휴대전화 자료를 빨리 확보해서 보려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직접수사 불가피

 

당장 A수사관이 사망하면서 그의 상관이었던 백 전 비서관은 물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핵심 관계자들 조사를 서둘러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백 전 비서관은 당시 이광철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과 사망한 A수사관을 포함한 행정관 12명, 행정요원 4명을 지휘했다. 백 전 비서관과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에 대한 직접조사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사건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 전 비서관의 별도 특감반 운영 여부는 물론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인지·개입 부분도 따져봐야 한다는 점에서 그 ‘윗선’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많다. 청와대 직제상 백 전 비서관 상관은 조국 전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특히 조 전 수석의 경우 과거부터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수석과 황 청장은 2005년 노무현정부 시절 검찰개혁을 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자문위원회가 설치됐을 당시 함께 활동하며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조 전 수석은 당시 서울대 법학과 교수로 경찰측 전문위원으로, 황 청장은 경찰측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위원회 활동을 함께했던 한 인사는 “당시부터 조국 교수와 황운하 총경은 긴밀한 사이였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백 전 비서관이 검찰 수사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 출신인 박 비서관이나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도 거짓말해봤자 소용이 없는 걸 알고, 다 있는 대로 진술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청와대 또한 자연히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