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업자 21년 만에 퇴진… “부모로 돌아갈 것”

페이지·브린, 경영 일선서 물러나 / 대주주·이사로 영향력 행사할 듯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46·오른쪽)와 세르게이 브린(46).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46)와 세르게이 브린(46)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와 사장을 각각 맡아온 페이지와 브린은 알파벳 CEO 자리를 구글의 현 CEO 순다르 피차이에게 즉각 넘긴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제매체 CNBC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98년 구글을 창업해 21년간 이끌어온 창업자 둘이 한창 일할 40대 중반에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페이지와 브린은 편지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회사의 일상적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 역할을 떠맡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회사를 경영할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할 때 경영자 역할에 집착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며 “이제 알파벳과 구글은 2명의 CEO와 사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WSJ는 이번 경영권 이양이 뜻밖의 일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우리는 특히 우리가 열정을 가진 주제에 대해 피차이와 정기적으로 대화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피차이에게 일상적인 잔소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이들은 퇴진 이후에도 알파벳 이사회에는 계속 남아 의결권의 과반을 확보하고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페이지는 알파벳의 지분 5.8%, 브린은 5.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식은 한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차등의결권이 적용돼 실제 이들의 의결권은 절반이 넘는다.

이번 경영 퇴진은 구글이 안팎에서 거센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경쟁사 아마존은 구글이 오랫동안 지배해온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미 연방정부·주정부는 구글의 반(反)독점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