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잘라 만든 바이오매스, 진짜 재생에너지 맞나?”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연료로 이용하는 목재칩.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총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6%다. 재생에너지라고 하면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론 나무 등을 베어 만든 바이오와 폐기물에너지가 국내 재생에너지의 70%를 차지한다. 태양, 바람, 물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는 총 발전량의 2%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잘못 설계된 에너지 정책이 재생에너지의 건전한 성장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더불어민주당의 김현권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과 김성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공동주최한 ‘바이오매스 발전, 미해결 과제는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김수진 기후솔루션 선임연구원은 바이오매스 발전이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인식되고 많은 제도적 지원을 받았으나 실제로는 여러 환경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기후솔루션의 ‘바이오매스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만들어진 오해와 진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에너지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급이 가장 많이 된 건 바이오매스다. 500㎿ 이상의 발전사업자들은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었다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바이오매스로 전력을 만들어 인증받은 양이 많다는 의미다.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설비 용량은 2012년 이후 계속 늘어 올해 약 1500㎿에 달한다. 특히 벌채한 나무나 폐목으로 만든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2012년 10만6000여㎿h에서 지난해 649만㎿h로 6년새 61배나 늘었다.

 

이와 같은 바이오매스의 성장이 태양광·풍력 같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저해한다는 게 김 선임연구원의 분석이다.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연료로 이용하는 목재펠릿.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이오매스는 나무로 만들지만, 벌목한 양 만큼 다시 나무를 심으면 장기적으로 순탄소배출량이 0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재생에너지로 분류돼왔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들어 바이오매스의 탄소중립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가동 초기부터 55년간 석탄발전소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내뿜고, 탄소중립이 되려면 70년이나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정부도 지난해 바이오매스 발전의 REC 가중치(1.0∼1.5→미부여∼2.0)를 낮췄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연료 중 하나인 ‘미이용 바이오매스’의 생산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 사이 외려 4배 가량 늘었고, 목재펠릿 수입량도 지난해 처음 300만t을 넘어섰다. 2020∼2021년에는 1230㎿ 규모의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신설될 예정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개정된 REC 가중치가 기존 발전소와 신설 예정 발전소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지침 부칙에서 이미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 혹은 건설 임박한 발전소는 개정 가중치를 적용받지 않도록 예외를 두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매스에 여전히 높은 REC를 부여하면서 국내 발전사업자들이 환경적으로 보다 건전한 발전원보다 바이오매스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쉽게 준수하려 했다”며 “이는 태양광과 풍력을 기피하는 한편, 베트남 등 바이오매스 수출국의 환경 파괴 우려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관련 고시를 개정해 신규든 기존 시설이든 관계없이 혼소발전(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를 같이 떼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바이오매스 REC를 발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김재식 한국중부발전 부장은 “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이라 하더라도 질소산화물, 먼지와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면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태양광이나 풍력을 보조하는 전력으로 활용해야 하며, 폐목재를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다면 바이오매스 발전을 일정부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는 “독일은 목재페릿의 90%가 제재소 톱밥으로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그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