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늙고 병들고 언젠가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에 예외는 없다. 다만 죽음의 문턱에 들어설 때가 언제인지 모르고 매일매일 바쁘게 살다 보니 우리는 이 사실을 잊을 뿐이다. 2018년 하루 평균 발생 교통사고 건수는 594.9건, 그리하여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3781명이었다. 매일 평균 10.4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이야기이다. 2018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도 총 7만9153명이나 된다.
고령화에 따른 질병, 각종 사건·사고, 고독사가 늘어가면서 죽음에 관한 논의와 더불어, 최근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슬로건이 등장했고, 예일대의 셸리 케이건 교수는 “더 이상 죽음은 두려운 종말이 아닌 삶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현재를 더 충만하게 해주는 요소”라고 강조한다.
웰다잉의 일환으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있다. 2018년 2월 존엄사법이 도입된 이후 1년6개월 후인 2019년 7월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한 사람은 30만명에 달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질병으로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이 없게 되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혀 두는 서류이다. 사람들은 이 서류에 서명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죽음을 준비하는 또 다른 사례로 ‘생전장례식’제도가 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직장인 370명을 대상으로 ‘생전장례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놀랍게도 응답자의 약 70%가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도 다양하다. 장례식이 꼭 슬플 필요는 없으며, 많은 사람과 미리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허례허식을 피해 남은 이들이 이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제 죽음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준비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무래도 삶의 마지막 순간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예견되기 마련이고, 존재 자체가 영원히 소멸된다는 생각이 들면 두렵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죽음도 삶의 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과 같은 것이기에 삶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죽음으로 이어진다. 삶과 죽음은 피하려 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동시에 죽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삶을 돌아보면서 아쉬워하는 내용은 각자 다르겠지만 죽음 앞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있다. 이 공감대는 크게 ‘평소 좀 더 건강에 신경쓰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소중한 사람에게 좀 더 자주 고맙다와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자주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인생이 유한함을 깨닫게 됐을 때 우리는 실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죽음이 두렵다고 계속 피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을 보다 충만하게 살려고 노력할 것인가.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라는 글귀를 곱씹어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