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 1만4000명의 병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복수의 미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중 최대한 빨리 결심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십 척의 군함과 다른 군사장비도 추가 배치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계획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미국이 중동에 증파한 병력 수는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미 미국은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에 16년 만의 미군 주둔을 승인하는 등 지난 5월 호르무즈해협 긴장이 증폭된 후에만 1만4000명의 병력을 중동 지역에 새로 보냈다.
‘고립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해외 전쟁에서 발을 빼왔고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길 원하지 않았지만, 이란의 위협에 맞서야 할 필요성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미 관료들은 말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의 요청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대이란 억지력 확보 목적에서 추가 파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한 이란의 보복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감안됐다.
이란의 최근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달 27일 아라비아해 북부 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미사일 부품을 적발해 압류했다.
또 미 정보·국방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에 “이란이 몰래 이라크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저장고를 만들었다”며 “이 미사일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같은 미국의 동맹국은 물론 역내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