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큰아들, 3달 만에 또 광주 찾아… 5·18 피해자들에 사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오른쪽 네 번째) 씨가 지난 5일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기념촬영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53)씨가 약 3달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의 뜻을 전했다. 노씨는 지난 8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

6일 오월어머니집 등에 따르면 노씨는 전날 오후 2시쯤 광주 남구에 있는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했다. 사전 연락은 하지 않은 채 방문했다고 한다. 노씨는 오월어머니집에 있던 정현애 이사장 등 관계자 2명과 30분 가량 차담을 한 뒤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이사장은 5월 항쟁 당시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속수감된 5·18 유공자다.

노씨는 오월어머니집 방문에서 “병석에 계신 아버님을 대신해 찾아왔다”면서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인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해당 내용을 수정한) 개정판을 낼지 상의해봐야겠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고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김대중홀을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뉴시스

노씨는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하기 전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품 등이 전시돼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기념전시관을 둘러봤다. 노씨는 김 전 대통령이 교도소 복역 당시 입었던 수형복 등을 오랫동안 응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는 방명록에 ‘큰 뜻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으면서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렸다.

5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 전시실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방문했다. 사진은 재헌씨가 작성한 방명록의 모습. 광주=연합뉴스

앞서 노씨는 지난 8월에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을 참배했다. 당시 노씨는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죄의 뜻을 밝힌 사람은 노씨가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자택에서 오랜 투병 생활로 요양 중이라고 한다.

김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