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도 돌아온 ‘삼한사미’… 한파 풀리자 미세먼지 상승

지난주 강추위 땐 청명했던 하늘 / 중국發 먼지 길 열려 대기질 악화 / 8일 낮 PM2.5 55㎍/㎥ 치솟아 / 9일·10일 대기 정체·국외 유입 수도권·충청 50㎍/㎥ 상승 전망

이번 겨울도 어김없이 ‘삼한사미’ 현상이 찾아왔다. 지난 며칠간 한파 덕에 청명했던 하늘이 추위가 누그러지자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8일 기상청과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낮부터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이 약해지면서 그 틈을 타고 따뜻한 남서기류가 유입되면서 최고기온이 평년수준을 회복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미세먼지 농도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날 낮 12시 29㎍/㎥였던 시간당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이날 같은 시각 55㎍/㎥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는 기온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기온이 뚝 떨어질 때는 차가운 시베리아고기압이 확장해 북풍에 가까운 바람이 불어 들어와 중국 동부 공업지대 먼지의 유입이 차단된다. 또 바람이 강해 국내에서 배출된 먼지도 금세 흩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시베리아고기압이 주춤해 서쪽에서 따뜻한 성질의 이동성 고기압이 다가오면 중국발 미세먼지의 이동길이 열려 대기질이 급속히 나빠진다. 바람도 줄어 먼지가 계속 쌓이기 쉽다.

이런 탓에 겨울철 추울 때는 대기질이 좋아졌다가 날이 풀리면 먼지가 쌓이는 삼한사미 현상이 공식처럼 굳어졌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낮 수은주가 0도 언저리에 머물렀던 지난 5∼6일 서울의 PM2.5 일평균 농도는 각각 11㎍/㎥, 16㎍/㎥으로 낮았다. 깨끗한 하늘 덕에 서울의 가시거리(한강 관측소 기준)는 45∼50㎞나 됐다. 반면 기온이 오른 이날부터 당분간은 고농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이번주 초반 낮 최고기온이 10도 안팎까지 오르며 포근한 날이 이어지겠고, 동시에 초미세먼지도 나쁨(일평균 36㎍/㎥ 이상)을 보이겠다고 전망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어느 요인이 상대적으로 우세한가에 따라 ‘국외 유입 주도형’과 ‘국내 정체 주도형’ 그리고 ‘복합형’으로 구분된다. 보통 ‘고농도 미세먼지=중국발’로 인식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 1월 중순 고농도 기간에는 국외 영향이 69∼82%로 지배적이었지만, 지난해 11월 초 고농도가 벌어졌을 때는 국외 영향이 18∼45%에 불과해 국내 정체 주도형이었다.

이번에는 국외 유입과 정체가 번갈아 일어나 고농도를 보일 전망이다. 통합예보센터 측은 “7일 오후부터 국외 유입이 있었고, 8일 바람이 약해지면서 국내 배출량까지 누적돼 나쁨 수준을 보였다”며 “9일도 수도권은 대기 정체가 예상되며 10일부터 다시 한 차례 국외 유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자 환경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절관리제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서울 사대문 안 운행 금지 등이 실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는 10일 수도권과 충청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5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전망이 이어지면 9일 고농도 상황에 맞는 조치가 (추가적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