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도 어김없이 ‘삼한사미’ 현상이 찾아왔다. 지난 며칠간 한파 덕에 청명했던 하늘이 추위가 누그러지자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8일 기상청과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낮부터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이 약해지면서 그 틈을 타고 따뜻한 남서기류가 유입되면서 최고기온이 평년수준을 회복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미세먼지 농도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날 낮 12시 29㎍/㎥였던 시간당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이날 같은 시각 55㎍/㎥까지 올랐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어느 요인이 상대적으로 우세한가에 따라 ‘국외 유입 주도형’과 ‘국내 정체 주도형’ 그리고 ‘복합형’으로 구분된다. 보통 ‘고농도 미세먼지=중국발’로 인식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 1월 중순 고농도 기간에는 국외 영향이 69∼82%로 지배적이었지만, 지난해 11월 초 고농도가 벌어졌을 때는 국외 영향이 18∼45%에 불과해 국내 정체 주도형이었다.
이번에는 국외 유입과 정체가 번갈아 일어나 고농도를 보일 전망이다. 통합예보센터 측은 “7일 오후부터 국외 유입이 있었고, 8일 바람이 약해지면서 국내 배출량까지 누적돼 나쁨 수준을 보였다”며 “9일도 수도권은 대기 정체가 예상되며 10일부터 다시 한 차례 국외 유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이자 환경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절관리제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공공부문 차량 2부제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서울 사대문 안 운행 금지 등이 실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는 10일 수도권과 충청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5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전망이 이어지면 9일 고농도 상황에 맞는 조치가 (추가적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