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뺀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13일 본회의에 올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수정안을 놓고 하루 종일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에 이어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일괄 상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연동형 캡(cap)’과 연동률 적용 범위를 놓고 선거법 개정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본회의 개최를 다음주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정의당에 비례 의석을 넘겨주고 죽을 때까지 정권을 갖겠다는 것”이라며 ‘4+1’ 협의체 협상을 비판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처음으로 ‘4+1’ 협의체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가 그게 최종 합의까지 이르지 못했다”며 “조속한 시일 안에 선거법 수정안을 합의해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야 4+1 협의체 원내대표급은 전날 밤에 이어 이날도 모여 연동형 캡과 연동률 적용, 석패율제에 대해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동형 캡은 준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를 뜻한다. 연동형 캡을 적용받지 않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현행 비례대표처럼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이 가져가는 병립형으로 운영된다. 연동형 캡이 적용될 경우 실제 연동률은 20∼30%에 불과해 현행 비례대표 의석 배분과 큰 차이가 없어 거대 양당도 나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연동형 캡을 선거법 개정안에 적용하자는 제안에 강력히 반발했다.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캡을 30석에 적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민주당에 통보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 후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개혁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이 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겨우 50%에 불과한 연동률에 캡이라는 상한선을 씌우고 석패율을 낮춘다는 것은 민심 개혁보다는 민주당의 비례 의석 확보이며, 정의당의 지역구 출마 봉쇄조항”이라고 반발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연동제를 하자는 것은 약자들 목소리를 국회에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라며 “100%를 주장했는데 50%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제 3분의 1로 하자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당내 비례대표 공천 사정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의 비례대표 ‘연동형 캡’ 상한선이 30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캡이 적용되는) 30석을 빼면 20석이 남는데, 이 중 (현 제도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는 의석은 8석밖에 안 된다”며 “여기서 더 줄인다고 한다면 병립형 비례제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돌계단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에서 ‘4+1’ 협의체의 선거제 개정안 논의를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상당 부분을 떼 정의당에 넘겨주고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정권을 죽을 때까지 해먹겠다는 뜻”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법을 엿가락 자르듯이 하는 이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람인가. 협상이 잘 안 돼 국회가 멈춰 서있다”고 비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