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경제활동으로 꼽히는 ‘공유경제’가 규제에 발목이 잡혀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 타다와 우버, 카풀 등 택시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뿐만 아니라 해당 법령이 없어 불법으로 내몰려 신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규제가 미래 먹거리 창출의 싹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거세다.
◆“혁신적 승차공유 서비스, 사실상 끝장”
지난해 12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던 카카오 카풀 서비스도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 3월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체 간 ‘대타협’이 있었고, 카풀은 아침저녁 2시간씩만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수익성이 사라졌고, 결국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2위 업체였던 ‘풀러스’도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다. 풀러스는 2016년 카풀 서비스 출시 후 1년 만에 이용자 100만명, 기업가치 100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으나 사실상 카풀 금지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회사의 승합차를 모바일 앱으로 불러주고 연결 수수료를 받는 ‘합법’적인 택시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인지도와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업계에서는 “일반인이 자신의 자가용에 승객을 태우는 형태의 혁신적 차량공유 모델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관련 법이 없어서”… 중단 내몰린 ‘빈집 재생’ 서비스
‘다자요’는 농어촌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난해 4월 선보였다. 빈집을 무상으로 장기임차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한 돈으로 리모델링한 뒤 여행자들에게 빌려주는 용도로 사용하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늘어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내고, 집주인은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 이익을 얻게 되는 사업이었다.
다자요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빈집 재생 문의와 투자 문의가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 마을 전체의 재생 사업을 위탁하고 싶다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불법영업’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농어촌 민박은 사람이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사람이 거주하면서 여분의 방을 빌려주는 개념이어야 하는데,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빈집을 숙박으로 제공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농어촌지역이라 여인숙도 안 되고, 여관업을 하려고 해도 객실 수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고, 호스텔을 하려고 해도 도로폭 8m 규정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결국 다자요는 이미 리모델링해 놓은 집들을 현재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리모델링 자금 모집에 참여한 주주들의 전용 별장으로 쓰고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 대여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다자요는 빈집 재생과 관련한 새로운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혁신적인 신기술·신서비스가 최적의 타이밍에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거나 면제해주는 ‘규제샌드박스’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국토부 “타다, 기여금 내고 법 틀 안으로 들어와야”
정부는 타다가 기여금을 내고 사업 방식을 전환해서 새로 만들어진 법의 틀 안으로 들어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초기 플랫폼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기여금을 일부 깎아주거나 아예 면제해줄 수 있다는 ‘당근’까지 제시했다. 타다 등 플랫폼 택시의 운영 가능 대수의 근거가 되는 택시 감차 대수도 연간 900여대보다 이용자 증가 추이 등을 감안해 더 늘려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다만, 국토부는 일부 플랫폼 택시가 현행법을 위반한 상태로 운행 중이기 때문에 법 개정과 세부 제도 개정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타다금지법’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는 대여자동차의 예외적 운전자 알선 허용 규정(여객자동차법 제34조제2항)은 관광목적으로 인한 대여에 한정한다. 타다처럼 관광 관련 목적이 아닌 경우였다면 플랫폼운송사업 허가를 새로 받아서 영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상규·나기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