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장 주목받을 지속가능한 바이오·제약 기업은 [더 나은 세계, SDGs]

 

UN지원SDGs협회는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대되는 지속가능성 이슈의 국내 확산을 위해 유엔 총회가 끝난 지난달 셋째주부터 내년에 ‘지속가능성’ 및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개발목표) 이슈를 이끌어갈 ’파워 키워드’를 매주 전망해본다. 세가지 분야 ▲내년 주목될 지속가능 키워드 ▲주목받을 지속가능 기업 ▲주목받을 지속가능 리더로 나누어 소개한다.

 

협회가 전망한 ‘2020년을 이끌 지속가능한 파워 기업’은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금융 ▲식품·유통·소비재 ▲바이오·제약 등 모두 4개 분야로, 이번 편에서는 바이오·제약기업을 다룬다. 

 

올해는 유독 제약 바이오업계에 큰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됐고, 지난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싸고 내부 문건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실행한 혐의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최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판매한 대표 의약품인 ‘인보사 케이주’는 사람 연골에서 추출한 연골세포(1액)와 형질전환세포(2액)를 섞어 관절강 내 주사하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로 알려졌지만, 1액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로 확인돼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로 인보사 개발을 담당한 코오롱티슈진의 전 현직 임직원 역시 고발됐고, 일부는 구속됐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은 거의 확정적이라는 신약 개발이 임상 3상에서 중단돼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신약 개발 제약사인 한미약품 역시 올해 들어 기술이전을 한 치료제의 권리가 잇달아 반환돼 대내외 신인도에 타격을 받았다.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8000억원대 규모로 기술이전을 했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HM71224’의 권리가 지난 1월 반환됐고,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을 했던 비만·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HM12525A’의 권리도 지난 7월 반환됐다.

 

이처럼 연달아 터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사건·사고로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위기가 향후 바이오·제약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올해 그러한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예가 있다. 지난 10월 일동제약은 해마다 전 세계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SDGBI’(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에서 1위 그룹에 선정됐는데, 올해 처음으로 1위 그룹에 합류했다.

 

SDGBI는 유엔 SDGs를 기반으로 한 경영분석 지수이며, SDGs에 부합하는 경영 활동을 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와 환경, 경제, 제도 등 4개 분야, 12개 항목, 48개 지표를 토대로 산정한다. 유엔 지속가능고위급정치회담(HLPF)에서 공식 의견서로 채택되고,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SDG 헬프 데스크(Help Desk)의 우수 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성 분석에서 공신력 높은 지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국내 많은 기업에서도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공신력 있는 척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제약사 중 한 곳인 일동제약이 1위 그룹에 등재됐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SDGs의 3번 목표인 ’모두를 위한 전 연령층의 건강한 삶 보장과 웰빙(참살이) 증진‘(Ensure healthy lives and promote well-being for all at all ages)에 크게 부합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SDGs 목표의 핵심은 이 목표를 이행하는 주체가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사회 모든 곳에 확산해나가느냐에 달려있는데, 일동제약은 지난 5월 국내 4곳의 다른 기업과 공동협약을 맺고 ‘미세먼지 예방 특별 캠페인’을 시작한 데 이어 대대적인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특별히 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우수한 성능의 미세먼지 마스크를 제작하여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7월에는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 1층 특별 전시장에 일동제약의 대표 의약품 ‘아로나민’이 전시되기도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친환경 지속가능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이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핵심 사업인 글로벌 아미노산 생산을 친환경 바이오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라이신 등 사료용 아미노산을 제조하면서 가축 사육에 필요한 곡물 자원을 아끼고, 가축 배설물 오염요인을 크게 제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과정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친환경 축산환경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 먹거리인 옥수수와 밀 등 식량 생산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공장식 축산업은 지구 온난화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는데, 실제로 육류 공급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은 지구 전체 육지 면적 중 약 4분의 1을 사용하고 있다. 또  가축 방목에 쓰이는 토지는 지구 표면의 약 26%에 달한다. 현재 지구에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 중 약 14%가 축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친환경 바이오 아미노산 프로그램은 이러한 지구환경 오염과 인류의 식량생산 환경 개선에 모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인정돼 지난 7월 뉴욕 유엔 본부에서 협회가 발표한 ‘전 세계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에 네슬레와 인텔, HSBC,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코카콜라 컴퍼니 등과 함께 최우수 그룹(Most Excellent Sustainable Global Enterprise)에 선정됐다. 

 

앞서 2015년에는 SDGs 이행의 우수 모델로 유엔 홈페이지에 등재되었고, ’L-메치오닌’(사료용 필수 아미노산) 생산 기술로 정부의 기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도전과 위기의 순간이 많았지만,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일동제약과 CJ제일제당뿐만 아니라 동아제약과 셀트리온, 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대웅제약, 종근당처럼 여전히 기술과 친환경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SDGs의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 중 하나인 질병과 보건, 친환경 바이오 분야가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 K바이오에 대한 역할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