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세제, 청약·공급·자금출처 조사 등을 망라한 사상 최고 강도의 전방위 주택시장 규제 대책(12·16대책)은 문재인정부 들어 18번째 나온 대책이다. 통상 주택시장 비수기로 꼽히는 연말에, 사전 예고 없이 전격 발표돼 정부가 정책 효과 극대화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현재 서울과 일부 수도권 주택 시장의 과열 정도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발표된 9·13 대책의 강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한시적 면제라는 ‘퇴로’를 마련한 게 눈에 띈다. 한마디로 “다주택자는 내년 상반기 안에 여분의 집을 팔거나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이다. 다른 대출 규제 강화 등에서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 고가 주택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투기세력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이지만 정부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등 상향과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강화된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한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부가 이들 매물을 사들일 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더욱 강화해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엇갈린다.
또 LTV 한도 축소가 청년·신혼부부의 주택 마련을 더 어렵게 하고 현금 부자들만 서울의 집을 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LTV 강화는 젊은 사람 집 못 사게 하고 돈 많고 나이든 사람만 투기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대출 규제가 갭투자자들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서민과 실수요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낳으며 현금부자들을 위한 잔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투기과열지구의 초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을 선도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을 저해한다”며 “오르는 집값을 계속 담보대출로 받아줘야 하냐, 지원을 중단하고 집값을 하락 안정시켜 주택에 드는 비용을 줄일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세금이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하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소장은 “양도세보다 증여세나 취득세가 더 싸니 증여를 할까 매도를 할까 고민하던 강남의 다주택자들은 차라리 증여를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공급 위축에 대한 해법 또한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서울 강남 등 8개 구, 27개 동에 한정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서울은 물론 수도권 322개 동으로 대폭 확대했다. 서울의 경우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비사업지는 재건축 122개 단지, 재개발 101개 단지 등 총 223곳에 달한다. 이들 사업지는 향후 재건축, 재개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단기적으로는 사업 위축과 이에 따른 전반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정부가 이날 공급 대책으로 강조한 준공업지역 주택개발 사업 등은 100∼300여 세대에 불과한 정도여서 충분한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현재처럼 입주 10년 이내 신축 아파트 등에 대한 과열 등 ‘풍선 효과’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정비사업 위축으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의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뜩이나 서울과 일부 수도권 주택시장은 비이성적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철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1년 한해에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우리도 통계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는 원활하게 공급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 작용해 시장 불안감을 더 증폭시키는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기천·이도형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