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월드컵 일본 대표팀에서 활약한 구지원(25·사진) 선수가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17일 일본 관보(官報) 본지(本紙) 제151호에 따르면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법무상 임시대리는 지난 13일 미에(三重)현 스즈카(鈴鹿)시에 거주하는 구 선수의 일본 귀화를 허가한다고 고시했다.
구 선수는 2019 럭비월드컵에서 활약해 일본의 최초 8강 진출에 기여해 한·일 양국에서 주목받았다. 구 선수의 아버지 구동춘씨는 1980∼90년대 아시아에서 유명했던 럭비선수로 구 선수가 현재 소속된 일본 실업팀 혼다에서도 활약했다. 구 선수는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럭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부친의 뜻에 따라 중학교 2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왔다. 고등학생 때는 일본 고교대표, 대학생 때는 U-20 일본대표로 뛰었다. 이번 럭비월드컵에서는 러시아와의 개막전에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8강전까지 일본 대표팀이 치른 5경기 모두 출장했다.
럭비는 국가주의가 아닌 협회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3년 이상 거주한 다른 국적의 선수가 대표팀에 포함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럭비월드컵 당시 일본대표팀 31명에는 한국 국적이었던 구 선수를 포함해 통가, 뉴질랜드, 사모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외국 출신 선수가 절반을 넘는 16명이 포진했었다.
구 선수는 럭비월드컵 폐막 후에도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집중 조명하는 등 일본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NHK에 따르면 당시 구 선수의 모습을 본 럭비팬들은 인터넷상에서 “일본을 위해 열심히 뛰어줘 고맙다”, “한국인으로서 일본대표로 뛰는 구 선수를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넘쳐났다. 구 선수는 NHK 인터뷰에서 “양국(한·일)에서 응원해줘 기쁘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굉장히 기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