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M&A) 후에도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가맹점주들이 배달앱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진화책으로 풀이된다.
차기 최고경영자(CEO)인 김범준 부사장은 17일 직원과의 대화 ‘우아한 수다 타임(우수타)’을 열고 “독과점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김봉진 대표와 함께 공동 답변자로 나선 김 부사장은 딜리버리히어로와의 빅딜 후 요금 정책에 관해 “내년 4월부터 새롭게 적용될 과금 체계를 이미(이달 2일) 발표했다”라며 “중개 수수료를 업계 통상 수준의 절반도 안되는 5.8%로 낮추고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줘온 ‘깃발꽂기’를 3개 이하로 제한하고 요금도 동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배달앱 중 수수료율을 5%대로 책정한 곳은 배달의 민족(배민) 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낮은 수수료율이 결국 음식점주님들을 우리 플랫폼으로 모시는 원동력이 됐고, 많은 음식점을 만날 수 있으니 이용자와 주문 수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업주님과 이용자들이 모두 만족할 때 플랫폼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합병을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 과금 체계에서는 자본력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업소에 주문이 몰릴 수 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방향이 장기적으로 배민을 좋은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인수합병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향후 아시아 및 국내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인수합병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서 일어난 딜이었다”면서 “국내 수수료를 조금 올려 보자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IT 분야가 그렇듯 배달앱 시장도 M&A가 일어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면서 “배민이 한국에서만 잘하면 결국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번 M&A는 생존과 동시에 성장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