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조건 강화로 설립자 ‘입김’ 최소화… “사학 본질 자율성 침해” 우려 목소리도

교육부 ‘혁신 추진방안’ 발표/ 규제안 20개 중 15개 법 개정 사안/ 여야간 대립도 첨예… 실효성 의문/ 사학말살 ‘교각살우’ 우려 시각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육 신뢰회복을 위한 사학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18일 사학에 ‘26개의 칼날’을 꺼내든 배경엔 일부 사학에서 드러난 ‘족벌 경영’의 폐단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사학혁신위원회의 지난 7월 발표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사립대에선 재단 이사장과 초대 총장을 역임한 A씨가 아들 2명, 손녀, 조카 등을 교수 또는 학교 직원으로 채용한 사례가 드러났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혁신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추진 사항 대다수가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 개정 사안이라서다. 사학 측은 교육부 발표를 ‘사학 황폐화 정책’이라 규정하며 “사학 운영의 기본적 권리를 말살했다”고 반발했다.



교육부는 이날 사학혁신 추진방안으로 △회계 투명성 △법인 책무성 △운영 공공성 △교권 보호 △교육부 자체혁신 등 5개 영역에서 26가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교육부 자체혁신을 제외하고, 사학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는 방안은 4개 영역의 20가지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들 20개 중 15개(75%)가 법 개정 사안이라는 것이다. 족벌 경영 부작용을 감시할 개방이사 실효성 강화책이나 교육 당국의 감독권을 강화하는 초중등 사학기관 재정진단 및 평가 실시 근거 마련안, 사립 교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육아휴직 보장안 등 핵심 추진 내용이 모두 사립학교법 또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학법 개정이 여야 간 대립이 가장 첨예한 분야 중 하나라는 점 또한 실현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2005년 노무현정부가 사학법인에 개방이사제 도입과 대학평의원회 법제화를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자, 당시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50일이 넘는 장외 투쟁을 벌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사학 말살’이라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잘못된 점을 고치려다 오히려 일을 그르침)를 범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18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학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승환 전북교육감, 왼쪽은 박상임 사학혁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사학 자율성 침해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성명서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처”라며 반발했다. 협의회는 임원 간 친족관계 공시, 개방이사 선임 대상 제한 등 학교법인의 이사선임 관련 사항이 사학 자율성의 본질적 요소를 침해하는 것으로 봤다. 성명서에선 “헌법이 정한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 없이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학 무력화’ 조치이므로 철회돼야 한다”며 2001년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인용했다.

협의회는 일부 사학의 일탈로 사학 전체가 도매금으로 규제 대상에 오른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들은 “사학을 부정·비리집단으로 규정해 투명성·공공성·책무성만 강조하는 것은 사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