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내년 호르무즈行 무게…“방위비 협상 등 대비 포석” [뉴스 투데이]

軍 “구체적 결정 없다”지만 부인 안 해 / 영관급 장교 1명 내년 해당 해역 파견 / 작전지역 변경 등 사전절차 조율 관측 / 중무장한 이란혁명수비대 주요 출몰지 / 아덴만해역보다 위협 수준 훨씬 높아
지난 13일 경남 거제도 해역에서 열린 민·관·군 해적진압훈련에서 청해부대 31진 소속 검문검색 요원들을 태운 고속단정이 왕건함(4400t급) 앞을 지나고 있다. 청해부대 31진은 12월 말 부산을 출항,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으로 이동해 현지에서 작전 중인 30진 강감찬함과 교대한다. 해군작전사령부 제공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이 호르무즈해협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군은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현될 경우 사실상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병으로 해석될 수 있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청해부대 31진인 한국형구축함 왕건함(4400t급)은 아덴만 해역에서 대해적작전과 선박호송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인 강감찬함과 교대하기 위해 이달 말 부산을 출항한다. 왕건함은 지난 13일 경남 거제 해역에서 실시된 민·관·군 해적진압훈련에 참가하는 등 파병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왕건함은 내년 2월부터 강감찬함을 대신해 아덴만에서 작전을 펼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왕건함의 작전영역을 호르무즈해협으로 변경하면 파병이 이뤄지는 셈이다. 앞서 청와대는 1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군 당국은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군 소식통은 “파병 관련 논의나 검토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년 1월을 전후로 바레인 연합해군사령부(CMF)에 파견된 영관급 장교 4명 중 1명을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으로 파견한 뒤 청해부대 작전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정책 공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을 감안하면 파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군 당국 입장에서 청해부대와는 별도로 함정과 병력을 호르무즈해협에 파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덴만이나 호르무즈해협에서 활동할 수 있는 함정은 한국형구축함 6척이다. 청해부대 파병과 영해 방어, 수리·훈련 등을 감안하면 추가 차출이 매우 어렵다. 지난 6월 북한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들어온 사건 이후 해상경계태세가 강화된 상황에서 중동에 함정을 따로 파견할 경우 경계작전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해상작전헬기 2대를 탑재할 수 있는 청해부대 소속 한국형구축함에 헬기 1대만 운용하는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아덴만을 지나는 선박과 함정을 위협하는 세력은 소말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해적이나 이슬람 테러조직이다. 이들은 AK-47 소총이나 RPG 로켓추진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있어 선박에 큰 피해를 입히기 어렵고, 청해부대의 화력으로도 쉽게 제압할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의 상황은 다르다. 호르무즈해협은 지난 6월 이후 외국 상선을 노린 이란군의 나포가 잇따랐고, 유조선이 공격을 받은 곳이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 활동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해군은 소말리아 해적보다 훈련과 무장 상태가 훨씬 뛰어나다. 위협 수준이 아덴만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반대하는 이란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군은 아덴만에 있는 강감찬함과 교대하기 위해 이달 말 출항하는 왕건함이 현지에 도착해 임무를 수행할 2월까지 다각적인 검토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