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만 전념" 클린턴의 탄핵 무시 전략, 트럼프도 따를 듯 [이슈+]

20년 전 클린턴의 탄핵재판 대응 전략 살펴보니… / 백악관 대변인 "TV로 시청 안해… 그 시간에 업무" / 야당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 철저한 '무시' 전략 / 1개월 좀 넘게 심리한 뒤 고작 '40분 투표'로 종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탄핵재판을 ‘거대한 쇼’로 규정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꼭 20년 전인 1999년 모니카 르윈스키 관련 스캔들로 하원의 탄핵소추를 받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재판을 앞두고 미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가운데 백악관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취지의 홍보 자료를 게재했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대법원장이 재판장, 상원의원 100인은 배심원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이고 탄핵소추가 이뤄진 혐의 내용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둘 다 탄핵재판에 들어가기 전부터 “부결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공공연히 나돈 점에서 ‘거대한 쇼’라는 지적은 그때나 지금이나 타당해 보인다.

 

미 정가에 따르면 미 상원의 대통령 탄핵재판은 1868년 앤드류 존슨 대통령, 그리고 1999년 클린턴 대통령 이렇게 두 번뿐이다. 따라서 역사상 3번째로 기록될 트럼프 대통령 탄핵재판은 가장 최근에 이뤄진 클린턴 대통령 재판의 전례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일단 탄핵재판은 상원의 몫이긴 하나 총 100명에 이르는 상원의원들이 판사, 한국으로 치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다. 상원의원들은 조용히 재판을 지켜본 뒤 유죄(파면) 또는 무죄(기각)의 의견을 내는 배심원단에 가깝다.

 

재판도 상원 의장(부통령 겸임)이 아닌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한다. 검사 역할은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하원의 법사위원장이 맡는 것이 관례다.

 

상원 탄핵재판이 시작되면 대법원장은 상원의 공화당 및 민주당 원내총무와 ‘3자회동’을 갖고 향후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협의한다. 현재 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 공화당이 다수당이고, 야당인 민주당은 소수파에 불과하다. 따라서 재판 진행 절차에 관한 협의 단계에서부터 ‘신속한 종결’을 원하는 공화당과 탄핵정국의 장기화 및 ‘흥행몰이’를 노리는 민주당 간에 격렬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임기 중인 1996년 한국을 방문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만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클린턴 탄핵재판 투표, 40분 만에 '무죄'로 종결

 

클린턴 대통령 탄핵재판의 경우 야당인 공화당이 대통령 본인의 출석 및 그를 상대로 한 증인 신문을 요구했으나 백악관의 반발, 그리고 여당인 민주당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당시 백악관은 TV로 생중계된 상원 탄핵재판을 아예 시청하지 않는 등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재판 첫 기일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한테 “클린턴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업무에만 전념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전략을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기록에 의하면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재판은 하원 법사위원장이 하원의 탄핵 결의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통상의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공소사실 요지를 읽는 것과 흡사하다. 이어 탄핵재판 주재자인 대법원장, 그리고 배심원에 해당하는 상원의원 100명이 ‘공정한 절차 진행 및 표결’을 다짐하는 선서를 했다.

 

이후 탄핵소추 대리인단과 백악관 대리인단이 차례로 상원 회의장 연단에 서서 각자의 주장을 전개했다. 대법원장은 양측의 발언 시간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신속히 절차를 진행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9년 1월7일 시작한 상원 탄핵재판은 약 1개월 만인 그해 2월12일 의원들의 표결로 마무리가 이뤄졌다. 윌리엄 렌퀴스트 당시 대법원장이 먼저 “재판인 만큼 유죄(Guilty)‘ 또는 ‘무죄(Not guilty)’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한 뒤 상원의원 100명을 알파벳 순서대로 호명하면 해당 의원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결과는 ‘무죄’였다. 호사가들이 ‘세기의 재판’이라고 평한 것과 달리 탄핵재판 표결은 40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