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안희정 미투는 권력형 성폭력 고발 이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18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상고심 유죄 확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하며 국내 미투(#Metoo)운동에 불을 지핀 김지은(36)씨가 대학 학술회의에서 안 전 지사 사건을 “권력형 성폭력이자 여성의 노동권 문제로 해석하고 이해하자”고 주장했다. 

 

김씨는 20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600주년기념관에서 ‘노동 젠더 세대, 매체ㆍ권력ㆍ운동으로 보는 반세기의 요동’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 참여해 발표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학술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노동자이고 싶습니다:여성노동 문제로 본 미투’라는 제목의 발표문은 공동저서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를 혼자 발표했다.

 

발표에서 권김씨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위법하게 일어난 직장내에서도 대중의 시각은 개인 문제로 몰아가는 비판 여론이 있었음을 꼬집었다.

 

그는 “가해자의 잘못은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문제라고 주장하거나, 성인 간에 일어난 사생활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이 사건은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격에 대한 기본권과 관련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위력과 피감독이라는 법률 용어는 명백하게 노동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불륜 문제를 편향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정치 진영 논리에 대해 쓴소리도 냈다. 권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묻는 것은 ‘왜 바로 그만두지 않았는지’였다”며 “평소 노동3권과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 꽤나 투철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조차 이런 질문을 했다”면서도 “이 사건은 여러모로 진보진영의 젠더감수성을 투명하게 비췄다”고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두 저자는 '노동권의 관점'에서 ‘왜 바로 그만두지 않았는지’라는 물음에 답했는데, 김씨가 차기 대선주자로 꼽혔던 거물급 정치인 수행하며 일반적인 직장상사가 요구하는 것 이상의 충성과 헌신을 요구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씨는 발표문에 “(안 전 지사 비서 직을 수행 했을 당시) 보고 들은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되며, ‘NO’를 말할 수 없는 존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그 순간부터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명시적 동의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정도로 거부의사를 전달한 이유는 상대방이 거부라는 선택지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를 달군 미투운동에 대해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이 권력형 성폭력으로 인해 심대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권력의 남용이 곧 폭력이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독 성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둘 사이의 합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와 수행비서를 지낸 김씨는 지난해 3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017년 7월부터 안 전 지사 수행비서로 일하는 동안 8개월에 걸쳐 수 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그를 검찰에 성폭력 혐의를 들어 고발했다.

 

재판 과정에서 안 전 지사는 합의에 의한 불륜 관계였다고 항변하며 성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김씨는 안 전 지사의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그에 대한 유죄를 주장했다.  그해 8월 열린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올해 2월 열린 2심에서 재판부에서 김씨 측 진술을 받아들여안 전 지사에게 징역3년6개월을 선고했다. 올해 9월 3심은 2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