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당선자 많이 배출 하지 못해도 당득표율 높으면 비례대표 다수 확보 [‘4+1’ 합의한 선거법 뜯어봤더니]

의석수 확보 계산 현행보다 복잡해져 / 정의당, 6석 이상 늘어 ‘최대 수혜’ 관측 / 공수처 기소심의위는 따로 두지 않기로 / ‘수사권 조정’은 경찰 수사권 대폭 확대
만나긴 했지만…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23일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두번째) 주재로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문 의장, 자유한국당 심재철,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허정호 선임기자

여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협의체’가 23일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253명)와 비례대표(47명) 의석수를 지금처럼 유지하되 비례 의석 중 준연동형이 적용되는 의석수를 최대 30석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수를 결정하는 데 작용하는 연동률은 50%로 하고, 지역구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부활시키는 석패율제도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으로 20대 국회의원 6명에서 21대에는 12명 이상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 지지율대로라면 교섭단체 기준점인 20석까진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당선자 배출 및 정당의 의석수 확보 계산이 현행보다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총선에서 각 정당은 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이 가져갈 총 의석수를 정한다. A당의 정당 득표율이 20%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300석의 20%는 60석이다. 만약 A당이 지역구에서 20석 당선됐다면 60에서 20을 뺀 40석이 일단 비례대표 가능 의석이다. 그런데 전체 비례대표를 다 연동하는 게 아니라 17석은 현행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가지기로 했다. 병립형이다. 그러면 20%를 득표한 A당은 산술적으로는 3.4석(실제는 3석일 가능성이 큼)을 갖는다. 40석에서 3석(병립형)을 빼면 37석. 여기에 합의안에 따라 준연동형 50%를 적용해 2로 나눈다. 그럼 A당은 연동 의석으로 약 18석을 더 채울 수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제, 검찰개혁법안 등의 합의를 이뤘다"며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하지만 연동형을 적용받는 의석은 30석밖에 되지 않기에 A, B, C당이 가져가야 할 비례대표 의석수는 30석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때부터는 30석 안에서 각 당이 받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강제로 축소 적용된 의석을 가져간다.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많이 배출 못 해도 정당 득표율이 높은 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다수 확보할 수 있다.

 

각 정당의 현재 지지율이 그대로 투표에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민주 136석, 자유한국 106석, 바른미래 17석, 정의 12석을 얻을 것으로 추산됐다. 비례 의석수는 민주 20석, 한국 15석, 바른미래 2석, 정의 10석을 각각 얻는다. 이는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6∼2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각 당 지지율(민주 39.9%, 한국 30.9%, 바른미래 4.8%, 정의 6.6%)을 정당 득표율로, 현재 각 당의 지역구 의석수(민주당 116석, 한국당 91석, 바른미래당 15석, 정의당 2석)를 지역구 당선 수로 각각 지정해 산출한 결과다.

“정당 난립… 투표용지 1.3m”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약 100개 정당이 난립할 수 있고 정당투표용지 길이가 1.3m에 달할 수 있다”고 비판하자 성동규 여의도연구소장이 가상의 투표용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오른쪽) 사무총장과 박주민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법과 공수처법 4+1 협의체 합의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4+1협의체는 검찰개혁 법안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중에서 공수처의 기소 판단에 대해 심의하는 기소심의위원회는 따로 두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고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토록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1차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경찰의 수사권을 대폭 늘리고 검찰이 경찰을 원칙적으로 지휘할 수 없게 되는 대신 검찰이 보완수사와 시정 요구로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는 식이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일부 제한되지만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참사 사건, 테러, 산업기술 범죄 등에 한해서는 할 수 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