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를 인정하게 된 시간” 심석희 ‘미투 폭로 이후 1년’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구속)에게 미성년자 연습생 시절부터 성폭행과 폭행 피해를 입었던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3·한체대)가 해당 폭로 이후 1년을 “내 존재를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심석희는 지난 24일 오후 JTBC와의 인터뷰에서 용기 있는 목소리를 전한 이후 1년이 지나 어떠한 심경을 갖고 지냈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심석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기억을 상기시켜야 된다는 게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내 존재를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라며 “혼자 간직하고 있을 때는 저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제 스스로가) 부정했다. 제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피해자 심석희, 그냥 심석희. 이렇게 나누고 싶지 않았다. 피해자 심석희도 결국에는 나”라고 밝혔다.

 

심석희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이 얘기를 세상 밖에 꺼내지 않고 죽는다고 했을 때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내가 언제 죽더라도 이 얘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심석희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폭행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벼랑 끝에 선 심정이었다”라며 “숨고 숨고 숨다가 결국 벼랑 끝까지 몰려서 떨어져 죽게 생긴… 제가 만약 (성폭력 피해를) 말하지 않고 혼자 품고 죽는다면 후회하지 않을까,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저 같은 피해자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당시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주셨는데 그중에는 성폭력 피해자도 계셨다. 더 용기를 내 살려달라고 소리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표팀 밖에 있으면서 거의 처음으로 온전한 저만의 시간을 가졌다”라며 “그리고 사건에 대한 시간도 동시에 흘렀는데, 제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한 “제 안에는 수많은 모습이 있다. 운동선수로서의 저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있고, 또 피해자로서의 저도 있다”라며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제 존재에 대해서는 아주 오랫동안 부정해왔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될 거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그 존재도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연합뉴스

 

앞서 심석희는 올해 1월8일 법률대리인 측 보도자료를 통해 “심석희 선수가 만 17살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행위여서 지난달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했다”면서 조 전 코치에 대한 성폭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조 전 코치는 심석희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년4개월 동안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30차례에 걸쳐 심 선수를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에 대한 모든 성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조 전 코치 측은 성범죄 사건과 별개로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초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JTBC‘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