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 직원 애경 측 압박에 퇴사’ 보도 나와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애경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주요 현안 대응을 담당한 직원의 사직을 종용했다고 25일 경향신문이 전했다. 

 

경향신문이 25일 법조계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애경에서 수년간 가습기살균제 참사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지난 10월 자진 퇴사했다.  

 

A씨의 퇴사는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으로 보였으나 배경엔 애경의 압박이 있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애경 측은 A씨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관계자들과 수차례 만나면서 법인카드를 썼다는 이유를 토대로 그에게 퇴사를 압박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2017년 관련 특별법이 통과하면서 출범했다.

 

이에 A씨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뒤 해임 절차를 밟거나▲자발적 퇴사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전언이다. 신문에 따르면 애경 측 또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응하 A씨에게 법인카드를 주며 업무 지시를 했다. 그러면서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으로 몰고 갔단 것.

 

한편으로 검찰의 가습기살균제 재수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애경은 지난해 3월 특조위 출범 직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으며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 송기복 애경산업 상무 등이 TF에 들어갔다. A씨는 검찰 수사에 대한 관계자들의 전방위 로비를 하라는 애경 간부진급이 모인 해당 TF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검찰 수사에서도 A씨가 법인카드를 써가며 특조위 관계자들과 만난 이유가 윗선 지시 때문이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애경의 조직적 로비는 재판에서도 드러났다. 애경이 국회 보좌관 출신 브로커 B씨(55)에게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6000만원의 돈을 건넨 사실 밝혀졌다. 이에 법원은 지난 9월 브로커 양모씨에게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 추징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애경은 A씨가 검찰 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은폐하고 책임을 덜려는 애경의 여러 시도를 진술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A씨는 올해 초부터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는 사측으로  부터 업무를 아예 받지 못하거나 지방을 전전하며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일을 했다고 밝혔다.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올해 중순 사내 게시판에 A씨를 지칭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채 부회장은 게시물에서 “일부 사람들은 본인 안위만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검찰에서) 추측성 진술을 한다”, “자신이 마치 영웅인 듯 행동한다”, “근본적인 인성에 문제가 있어 회사 사람들을 힘들게 만든다”고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특조위는 지난 24일 5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진상규명 기여 지원대상자 결정에 관한 건’을 논의하려 했다. 이날 전원위에서 논의할 지원대상자는 A씨였지만 김기수 비상임위원 제척·기피 신청 건으로 파행을 겪으며 전원위가 미뤄졌으며 특조위는 오는 31일 다시 전원위를 열어 A씨의 지원대상자 결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애경 측은 경향신문에 A씨 퇴사 논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한 퇴사였고, 인사 보직 변경 또한 수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이뤄졌다”며 “채 부회장이 올린 글도 A씨를 왕따시키거나 지목한 글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연합뉴스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2002∼2011년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를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두 원료는 SK 케미칼이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로 공급한 것으로 애경은 SK케미칼에서 해당 원료를 공급받았다. 

 

이 사건은  2011년 4~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출산 전후 산모 8명이 폐가 굳는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입원한 뒤 4명이 숨지면서 공론화됐다. 유족들은 2012년8월 가습기 살균 제조, 판매사 10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제품의 1~4단계 피해자는 지난8월 기준 접수된 것만 1475명에 달한다.

 

2016년 1월 첫 수사 당시 두 원료인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했다. 이후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재수사 대상이 됐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당시 관련 자료를 숨긴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로 지난 3월 고광현(62) 전 애경산업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7월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책임자 등 8명을 구속 기소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