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흉기로 살해한 초등생 여아… ‘촉법소년’이라 처벌 불가

자신의 가족을 험담했다고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초등학생 여아가 경찰에 검거됐다. 하지만 이 여아는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40분쯤 경기북부 지역의 한 가정집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생 A양이 친구 B양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B양은 이 집 앞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고 한다. 해당 가정집은 A양 조부모의 집으로 파악됐다. 당시 복도에서 B양을 발견한 목격자가 비명을 질렀고, 이를 들은 경비원이 112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 안에 있던 A양을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A양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확인돼 가족에게 인계됐다. A양 같은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재판도 일반 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받는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B양이 자신의 가족에게 험담을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양을 다시 불러 조사하는 한편,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양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만8024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9명꼴로 송치되는 셈이다.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나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규정 등을 담은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