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몸싸움… ‘동물 국회’ 재연 [선거법 국회 통과]

본회의 표결 처리 ‘아수라장’ / 한국당, 의장석 검거 “문희상 규탄” 항의 / 文의장 “허깨비만 남고 알맹이는 죽어”
한국당 “날치기” 거센 항의… 가슴 부여잡은 文의장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27일 국회 방호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앉은 뒤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의장석 아래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표결처리를 반대하며 문 의장을 향해 손 팻말을 내던지고 있다. 하상윤 기자

 

“문희상은 하루에도 12번씩 죽습니다. 이미 죽었습니다. 허깨비만 남고 알맹이는 다 죽었어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 처리된 직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문희상은 죽었다”고 외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작심한 듯 되받아쳤다. 선거법 개정안은 이날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처음으로 본회의장에서 육탄전 끝에 가결 처리됐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지난 25일 회기 만료로 자동 종료되면서 선거법 개정안을 저지할 카드를 모두 쓴 한국당은 이날 마지막으로 ‘육탄전’을 감행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오후 3시에 예정된 본회의에 앞서 의장실을 찾아가 문 의장의 의사일정 변경과 회의 안건 결정을 비판하는 동안 나머지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둘러싸 ‘인간장벽’을 만들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이 27일 국회 본회의 개의를 위해 의장석으로 가던 중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과 충돌하고 있다. 이 의원이 손을 올리며 소리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문 의장은 이에 오후 4시32분 본회의장에 1차 진입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연단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막은 채 “사퇴하라”, “문희상을 규탄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의원은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쓰인 인쇄물을 문 의장을 향해 던지기도 했다. 본회의장에 자리한 이재정 의원을 비롯한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막아선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대한민국 법이 우스워요”라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문 의장은 의장석에 가지 못하고 본회의장 한쪽에 앉아서 40여분 정도 숨을 돌린 뒤, 오후 5시29분부터 다시 의장석 진입을 시도했다. 방호과 직원들이 의원들의 방어가 허술한 반대 통로를 통해 의장석을 확보하자 문 의장은 방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6분 만에 의장석에 앉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힘이 빠진 듯 휘청이다 당직자의 부축을 받고 휠체어에 올라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오후 5시44분, 문 의장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표결 절차 돌입을 선언했고, 1분 만인 5시45분 표결 절차를 마무리했다. 개표 결과 재석 167명 가운데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이었다. 문 의장은 공직선거법 가결을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들겼다.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채 의장석을 둘러싸고 항의하다가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