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 100주년인 2019년도 어느덧 끝자락에 도달한 가운데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 경교장이 옛 모습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길이 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형 병원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 도로, 주차장 등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던 경교장을 주차장 등 다른 공간과 분리시켜주는 일종의 ‘완충지대’가 생겨나 위엄과 품격을 갖춘 문화재 건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본지가 30일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검색한 결과 문화재청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적 제465호 문화재 경교장 건물의 주변 부지 391.67㎡(약 118.5평)를 ‘보호 구역’으로 지정, 이날자 관보를 통해 고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경교장 건물은 문화재로서 보호를 받아왔는데 이번 고시는 경교장 주변에 문화재 보호를 위한 별도의 구역을 설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새롭게 경교장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부지는 강북삼성병원 소유로 현재 병원 주차장 등으로 쓰이는 공간이다.
문화재청은 “경교장은 문화재 보호 구역 없이 건물만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며 “문화재의 지속적인 관리 및 완충 공간을 확보하여 문화재 보존·관리 여건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강북삼성병원의 현대식 대형 건물들 사이에 ‘외롭게’ 방치된 경교장이 옛 임시정부 청사다운 위엄과 품격을 갖추게 될지 주목된다. 지금은 병원 내 도로, 주차장 등으로 둘러싸여 병원 이용객들의 경우 문화재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현 주차장 부지가 1940년대에는 경교장 앞뜰이었다.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이 1949년 6월26일 경교장에서 서거한 뒤 장례 기간 많은 국민이 이 경교장 앞뜰에 모여 애도를 했다. 백범에 대한 추모 열기가 남아 있는 역사적 장소인 셈이다.
2010년대 들어 서울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교장은 현재 강북삼성병원 건물과 주차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공간에 앞뜰을 비롯해 넓은 정원이 조성돼 있었다. 경교장에 딸린 부속 건물로 한옥 1채도 있었다. 경교장 남쪽에는 정문(주출입문)이, 동쪽에는 후문(부출입문)이 각각 있었다고 한다.
특히 경교장 동쪽으로는 연못, 다리, 차고 등 부대시설이 있었고 경교장 건물을 포함한 전체 면적이 5267.44㎡(약 1593평)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경교장 건물 주변의 ‘완충구역’을 잘 활용하면 백범 서거 당시 국민적 애도의 현장이었던 앞뜰을 복원함으로써 백범 그리고 임시정부 기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서양식 저택으로 지어진 경교장은 1945년 광복 이후 백범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하면서 그 거처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로 쓰였다. 그해 12월3일에는 임시정부의 첫 국무위원회 회의가 경교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백범 암살 이후 경교장은 주한 외교사절을 위한 공관 등으로 쓰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인 1967년 바로 곁에 고려병원이 들어서며 병원 시설의 일부로 편입됐다. 고려병원은 1995년 지금의 강북삼성병원으로 바뀌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사적 465호 문화재로 지정된 데 이어 건물 2층의 백범 집무실이 부분적으로 복원됐다. 현재는 전시공간으로 꾸며져 서울역사박물관이 관리하고 있으며, 2013년 3월부터 대중에 개방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