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 갈 길 멀다” 국회 ‘작심비판’

올해 마지막 靑 수석·보좌관회의서 언급 / “볼모 된 민생·경제법안 놓아주길”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올해 마지막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저무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며 “20대 국회 내내 정쟁으로 치달았고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올해 마지막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는) 이미 역대 최저의 법안 처리율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며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로 인해 국민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각종 민생 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이 늦춰지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됐는데도 마냥 입법이 미뤄지는 청년기본법, 소상공인 기본법, 벤처투자 촉진법 등 민생법안도 국민 삶과 경제에 직결되는 시급성을 다투는 법”이라며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립해도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마저 방기해 민생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예산 부수법안이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지 못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더니 올해 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국민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일몰법안마저 기약 없이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혼부부·자영업자·농어민·사회복지법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부 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이제 볼모로 잡은 민생·경제법안을 놓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회가) 진정으로 민생·경제를 걱정한다면 민생·경제 법안만큼은 별도로 다뤄주기 바란다”며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엄중히 여겨야 한다”고 힘 주어 말했다.

 

올 한 해 화두였던 검찰개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적지 않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국민의 절절한 요구가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며 “제도화가 결실을 볼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을 다시 바라보고 의지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희망의 싹을 틔운 보람 있는 한 해였다”며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국민의 노력·헌신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국민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한 한해였다”고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국민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한해를 결산하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오늘 내가 남긴 이 발자국이 역사가 된다는 소명 의식으로 최선을 다해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는 청와대 전체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영상회의로 진행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