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0년 새해를 조용하게 맞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순국 선열을 참배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윤 총장은 방명록에 “국민과 함께 바른 검찰을 만들겠다”고 적었다. 그는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 인사와 관련해 의견을 낼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답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이날 나란히 현충원을 방문했으나 시간대가 달라 마주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참석한 정부 신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추 장관이 검찰개혁 의지를 잇달아 강하게 표명하자 술렁이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해 ‘윤석열 검찰’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추 장관이 검찰의 수사를 의사의 수술에 비유한 건 현재 진행되는 정권 관련 수사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신년사에서 “검찰 구성원들의 소신을 지켜드리겠다”고 말한 것은 이와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회에서 추 장관과 별도 인사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 윤 총장이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건넸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 자리에는 여러 부처 장관과 기업인 등 다수가 참석했기 때문에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지만,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한 추 장관과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윤 총장 간 긴장 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3일 열릴 법무장관 취임식에는 관례에 따라 검찰총장이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둘의 만남은 당분간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