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앞둔 바른미래당 유승민계 의원 8명이 3일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비당권파인 유승민 의원을 위시해 정병국·이혜훈·오신환·유의동·하태경·정운천·지상욱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발표했다. 이로써 2018년 2월 유 의원의 바른정당과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의당이 합쳐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1년11개월 만에 둘로 쪼개졌다. 오는 4월 총선을 겨냥해 안 전 의원이 정계복귀를 선언한 것을 기점으로 중도·보수진영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유 의원 등은 기자회견에서 “2년 전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쳐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드리며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이어 “숫자는 아직 적고 세력은 약하지만 무너진 보수를 근본부터 재건하겠다”며 “무능과 독선, 부패와 불법으로 나라를 망치는 문재인정권을 제대로 견제하고 대체할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회견에는 바른정당계인 권은희·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구상찬·정문헌·진수희·이종훈 전 의원 등도 회견에 참석해 함께 탈당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오는 5일 국회에서 새로운보수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선출한다. 유 의원은 ‘보수 재건’을 위한 독자노선을 강조하며 보수통합 논의에 말을 아꼈다. 하지만 4·15총선을 10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유승민계의 새로운보수당은 자의든 타의든 ‘빅텐트론’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이 귀국하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야권 재편의 향배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가 버티는 바른미래당에 잔류할지, 새로운보수당에 합류할지, 신당을 만들어 독자세력화를 꾀할지, 아니면 한국당과 손을 잡을지 등 선택지는 다양하다. 그는 정계복귀 후 구체적 행보에 대해선 ‘귀국한 뒤 상의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한국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소리(小利·작은 이익)에 집착하면서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며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유 의원 등에게 보수대통합을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한편 황 대표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장외투쟁에서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황 대표는 “우리 당에 뜻있는 모든 의원, 모든 동지가 험지로 가서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며 “중진 의원들께서도 험한 길로 나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험지가 어디냐’는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역시 종로 도전이 예상되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맞대결을 펼쳐 차기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다.
장혜진·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